ㆍ추천: 0  ㆍ조회: 867  
노년의 기술-노년은 치유의 시기



      노년은 치유의 시기



      노년을 기다리라

      치유의 시간을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스스로를 다시 규정해야 할 만큼



      빌헬름 괴스만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물론 노년은 치유의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노년의 첫인상은 조금 다르다.

      노년 하면 일단 약해지는 기력, 지병, 잦은 병치레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빌헬름 괴스만은 이 단점들이 존재를 새로이 측량하는 것이라고 본다.

      노년에 들어 삶의 한계에 부딪히면 사람은 자신의 모르던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맞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자신의 진실을 대면하는 일은 때때로 아픔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이 아픔이 치유로 작용한다.

      자신 앞에 진실한 사람만이 성스럽고 온전해질 수 있다.



      노년에 느끼는 한계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자기 안의 진실과 대면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노년에는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느끼고

      신에게 자신을 내맡겨 신의 빛 속에서 나의 내면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중세 수도사들은 이것을 겸허와 같은 맥락에서 보았다.

      겸허란 자기 영혼의 진실을 보기 위해 영혼의 밑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영혼의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동안 나는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경험한다.

      그리고 존재의 다양한 차원에서 나를 알아간다.

      이것이 바로 노년이 오는 것을 의식적으로 준비하고 늙어가는 일에 나를 맞출 때

      이루어지는 나의 새로운 측량이다. 이럴 때 노년은 치유의 시간이 된다.



      이 길고도 짧은 인생의 여정에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상은 때때로 부모나 교사 혹은 그 밖의 지도자가 기대하고 이끄는 바에 의해 흐려지기도 한다.

      아니면 야망, 과대망상, 자기비하 등 스스로가 만든 자아상이 그 상을 잘 보이지 않게 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와 쌓인 상들을 떼어버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그 상의 원래 모습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살다 보면 이 원형의 상이 다른 상들과 섞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어떤 모습이 우리에게 더 맞는지 언제나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진실한 모습이 점점 더 맑은 얼굴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외적인 역할과 가면이 떨어져나가면 우리의 영혼은 원래의 빛을 발한다.

      이 빛이 밖으로 새어나올 수 있도록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투명해져야 한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