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인터넷으로 사목합니다

   어린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합니다. 어른들은 애들이 게임을 한다며 야단칩니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어른에겐 오락으로만 해석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겐 ‘생활’이란 의미로 통할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는 건전한 학생들에게는 학습도구이고, 시원찮은 학생들에겐 채팅, 오락기입니다. 시원찮은 어른들에게는 도박, 채팅, 음란 사이트 등을 보는 기계이고, 괜찮은 어른들에게는 은행 업무, 구매 예약, 생활백과 사전입니다.

   한 어린이가 저에게 이렇게 충고를 했습니다. “신부님, 인터넷 교리를 게임처럼 만드세요.”

   ‘게임처럼’이라는 말은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라는 뜻이었습니다. ‘게임처럼’ 심각하고 새롭고 진지하게 만들라는 어린이의 충고가 참 고마웠습니다.

   “전혀 모르던 생소한 말을 배우며 조금씩 쓰니까 참 좋아요”라고 아프리카에 선교 가신 수녀님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선교사가 현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사목을 하려면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좋은 글이나 작품은 대개 천주교 신부님들 작품이래.”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면 참 좋겠다하며 상상 속에서 흐뭇해 해봅니다. 만일 이 정도라면 한국의 인터넷 세상에서 가톨릭 선교는 끝내 줄 텐데 말입니다.

   가두선교에 솔선하고 선교에 열성 있는 평신도가 많습니다. 인터넷에서도 깊은 신앙심으로 선교 열의가 가득 찬 평신도가 많아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신앙심을 깊게 하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면 신앙인다운 표현을 아끼지 않는 분이 많아져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선교의 굳은 마음을 갖고 흔적을 남기는 분이 많아져야 합니다.

   사이버 사목실의 현재 작업은…

   인터넷교리(예비신자 교리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주소창에 한글로 ‘인터넷교리’라고 입력하면 현재는 안내문만 나옵니다. 앞으로 많은 교우가 ‘인터넷교리’를 이웃에 알리면 그것이 곧 입교 권면이 되는 것입니다.

   ‘인터넷교리’준비 상황을 알려드립니다.

   50번의 만남(강의)을 준비했습니다. 교리 기간은 5개월 이상이 되어야 마칠 수 있습니다. 시험이나 점수 그런 말은 쓰지 않으며 ‘행동실천포인트’라는 방법을 씁니다. 1회 만남마다 1점이 가산되고 성당 방문, 국내 성지순례, 신자 친구 찾음 등 행동 실천에 따라 포인트가 가산됩니다. ‘행동실천포인트’ 100점을 받으면 수료하게 됩니다.

   교리기간 중 3번 정도 본당에 교리수강 사실을 알리는 메일도 발송됩니다. 성가를 익히고 주요 기도문을 암송토록 반복 청취합니다. 또한 교리 설명을 간결하고 새로운 해설로 정리했습니다. 참고 사항, 전례 자료 등을 링크하거나 다운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현재 작업 진행은 교리 내용과 운영체제 구상이 완료됐습니다. 앞으로는 운영체제 구축, 배경그림 그리기, 진행화면 꾸미기, 홍보 등이 남았습니다. 시작일은 사이버 사목실 개관 1주년인 금년 10월 25일로 정했습니다. 시작해 놓고 잘못된 점이 많이 드러나면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여유를 두고 꼼꼼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 이기정 사도 요한 신부·사목국 사이버 사목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