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6/21(화)

하느님은 유일하시지만 혼자가 아니시다   그리스도교의 유일한 사랑은 삼위일체적 유일한 사상이다. 하느님은 유일하시지만 혼자가 아니시다. 유일한 것과 혼자인 것은 전혀 다르다. 하느님은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시다. 하느님에게는 깨달음이란 자신안으로 움추려드는 것, 자신을 경배하는 것, 자신에게 도취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로 깨달음이란 다른이를 향한 시선이다. 깨달음은 우리가 아버지라 부르는 이 기운과 아들이라 부르는 이 다른 기운 사이에 한없는 무소유의 상태로 남아 있다. 왜냐하면 아버지란 바로 아들을 향한 시선이며, 아들이란 바로 아버지를 향한 시선이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건축물, 그림, 자연, 혹은 사랑 앞에서 경탄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에서 벗어나게 됨을 느낀다. 우리의 시선은 아름다움을 향하게 되고 자기 자신을 잊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우리는 무한히 충만하게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 순간, 즉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를 그치고 오로지 다른 사람을 향한 시선이 되는 순간, 삶은 그 정점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그 순간,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고도 우리는 스스로 존재함을 느끼게 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한한 기쁨을, 초탈하고도 순수한 기쁨을, 우리 앞에 있는 아름다움에 자신을 바치고 자기 자신을 잊게 만드는 그런 기쁨을 느낀다. 진실의 기쁨, 깨달음의 기쁨은, 그대로 새로운 탄생이다. "깨닫는 것은 태어나는 것이다." 진정한 깨달음은 하나의 탄생이다. 다른 사람 안에 다른 사람을 위해 우리 자신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우리를 다른 사람 안에 남아 있게 하는 이러한 시선을 통해서만 우리는 자신의 참 모습을 알 수 있다. [모리스 젱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