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5-05-14 (목)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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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보면 치매를 안다
구두 보면 치매를 안다  
     누구나 나이 들어 치매에 걸릴까 봐 걱정한다. 
    '본인은 천국, 가족은 지옥'이라는 치매. 이것만큼 질병의 부담을 주변에 크게 지우는 병도 없을 것이다. 
    치매 안 걸리도록 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의 삶을 보장하는 첫 번째일 것 같다.
    
    최근의 의학 연구를 보면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것이 걷기다. 
    그것도 빠르게 걷기다. 땀내가 살짝 나는 꾸준한 걷기가 뇌 혈류를 개선하고, 
    특히 기억 중추인 해마(海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최소한 시속 6㎞ 이상 속도로 걸어야 한다. 
    어떤 의사는 이를 무서운 개가 길거리에서 쫓아올 때 점잖게 내빼는 속도라고 표현한다. 
    부단한 속보(速步)는 치매 발병 최대 위험 요인인 '3고(高)', 즉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을 
    모두 낮추니, 일석이조다. 
    천천히 걷기는 사색에는 좋으나, 자칫 식욕을 자극해 과식의 빌미가 된다.
    
    걷기 효과의 극단적인 사례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아미시(Amish) 공동체이다. 
    이들은 청교도적 신념으로 전기와 자동차를 거부하고 19세기 방식의 삶을 고집한다. 
    이들이 농장일을 하며 하루 걷는 양은 1만4000~1만8000여 보(步)이다. 
    미국인 성인 평균보다 6배나 많은 걷기다. 하루 5만보를 걷는 이도 있다고 한다. 
    아미시의 당뇨 발생률은 2%대이다. 미국 평균의 5분의 1도 안 된다. 
    치매와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는 HDL(고지단백) 콜레스테롤치가 아미시는 매우 높다.
    이들의 치매 발생률은 매우 낮고, 설사 생기더라도 아주 늦은 나이에 오는데 학자들은 
    그 이유로 엄청난 양의 걷기를 꼽는다.
    
    그런 면에서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 '치매 건강'이 보인다. 
    걷기에 편한 낮은 굽을 신거나 운동화 차림이라면 일단 치매와 멀어진 방향이다.
    빠르게 걸으면 체중이 실리는 뒷굽 바깥쪽이 유독 많이 닳아 없어진다.
    그 이유로 뒷굽을 자주 간다면 일상생활 속 걷기 합격이다
    (팔자걸음으로 걷는 이도 구두 바깥쪽이 쉽게 없어지긴 한다). 
    엄지발가락 옆 구두 실밥이 잘 터지는 사람도 속도를 내며 힘차게 걷는 경우라 볼 수 있다.
    
    반면 구두 앞쪽에 작은 상처들이 많고 해져 있는 사람은 '치매 행보(行步)'다. 
    걸음을 질질 끌며 느리게 걷는 사람의 구두는 보도블록 튀어나온 부분이나 돌멩이 등에 
    구두 앞쪽이 잘 까지기 때문이다. 유행을 좇아 '큰 신발'이나 높은 굽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은 
    속보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다. 구두 위에 잡히는 주름 양이 왼쪽과 오른쪽이 심하게 차이 나면 
    걸을 때 한쪽 다리를 무의식적으로 많이 쓴다고 보면 된다. 
    대개 천천히 걸을 때 좌·우 편차가 크게 난다.
    
    수십년 전 과거엔 구두에 흙이 묻어 있으면 산에서 방금 내려온 간첩일지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흙 묻은 구두는 건강의 표징이다. 
    치매를 막으려면, 치매가 발붙일 새 없이 걷고 또 걸어야 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