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같은 성당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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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같은 성당벽    
      
      호기심 많은 벽돌들이 차에 실려와 와르륵하고 마당으로 뛰어내린 후 
      어떤 것은 아래 지하실로, 어떤 것은 저 높은 종탑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이웃하는 벽돌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며 발라준 시멘트 옷을 
      입고서 시키는대로 가서 줄 맞추어 자리 잡았습니다. 
      바로 그 자리가 죽을 때까지 있을 곳이라는 훈시를 들으면서...
      
      벽돌들이 자신의 개성을 자랑하거나 자기만은 홀로 서겠다거나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겠다고 주장하지 않은 덕분에 성당을 무난히 지을 수 있었습니다. 
      수 많은 사계절이 지나갔는데도 벽돌들이 변심하지 않은 덕에 오늘까지 
      무사히 잘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성당 외부의 벽을 햇살이 진하게 조명할 
      적에 나는 성당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을 껌벅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난 너무 높은 데만 있어서 어지럽고 춥고 뜨거워 이제 더 이상 못 
      견디겠어."  "내 위에서 하도 짓눌러서 으스러지는 이 힘겨운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위에서 누르고 아래에서 누른다고 아우성이고 
      중간에서 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신경질이 나 죽겠네."  
      "나는 하필 귀퉁이에 있게 된 탓에 사람들이 지날 적마다 손바닥으로 
      면상을 비벼 미는 통에 화, 미쳐 죽을 것만 같다니까."라는 말소리들이 
      전혀 들리질 않았습니다. 이런 말들이 안 들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인 인간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벽돌들은 홀로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습니다. 
      자기의 바로 옆과는 죽어도 같이 죽을 지경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 밀착성으로 성당 전체의 벽돌들은 한 덩어리였습니다. 만일 하나가 
      빠지게 되면 건물 전체를 의심해야 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인정될 
      정도로 벽돌들의 기질은 인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둘이나 셋, 그 이상의 더 많은 이 벽돌들이 있는 곳에 일치의 원리가 
      실천되고 있기에 성당은 언제나 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당벽을 한참 쳐다 보니까 벽이 거울 같아지면서 신자들로 구성된 
      가톨릭 교회가 비쳐 보일 듯 말 듯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