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속의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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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항속의 인간들  
      
      불루 구라미, 네온 테트라, 쏘드 테일, 엔젤, 가양, 씰버 구라미, 
      고리도라스, 굽삐 등은 열대어 이름들입니다. 몇 년 전 저는 
      열대어에 취미가 좀 지나쳐서 부화 하는데까지 열을 올렸습니다. 
      구라미 계통을 수 천 마리 부화 하여 구름떼같은 
      고기떼들을 기른 적이 있습니다. 
      4 자나 되는 몇 개의 어항들은 황홀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어항을 가진 나는 고기들 앞에 섰을 때에는 
      창조주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희들은 내가 아니면 이세상에 생겨날 수도 없었다. 너희들을 먹이는 
      것이 바로 내가 아니냐. 내가 너희들의 물을 보살펴 주고 온도를 마춰주지 
      않으면 너희는 어항속에서 모두 전멸하고 말 것이다..."라며 저는 
      제 자신이 고기들 앞에서 참으로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자부했었습니다. 
      
      그 고기 녀석들, 참. 여러 질이었습니다. 먹이를 주면 한 입 듬뿍 물고서 
      구석으로 도망가서 사주경계를 하며 먹는 놈, 먹지도 않으면서 계속 물었다 
      뱉었다 하며 장난 치는 놈, 흘린 것만 줏어먹는 놈, 남이 먹는 것만 
      쫒아다니며 빼앗아 먹는 놈, 먹지도 않으면서 먹는 남들을 못살게 구는 놈, 놈. 
      놈. 놈. 욕심 많은 놈. 비굴한 놈. 치사한 놈. 뻐기는 놈. 가지가지 였습니다.
      
      저는 고기들 앞에서 더욱 위대한 존재임을 만끽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기들의 옹졸하고 답답함을 비웃곤 했습니다. 
      아무리 자기들끼리야 생존 경쟁을 하지만 그 생존 경쟁마저 내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므로 우선 여기 이 위대한 나를 모르면서 
      생존 경쟁을 한다니 참 한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우선 내가 어항앞에 나타나면 모두 내 앞으로 몰려와서 고개를 조아리며 
      나를 알아보는 동작 쯤은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리고 수시로 나에게 감사하는 행위와 나를 기쁘게 하는 어떤 표현들을 
      해 보려고 노력을 해야 마땅하고 그래야 나도 고기 기르는 맛도 나고 
      더욱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살필 텐데 하면서, 내가 자기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도 모르는 이 고기들이 한심하기만 해서 
      그냥 쯧쯧 녀석들... 하면서 웃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창문을 바라 보았습니다. 
      파아란 하늘에 예쁜 구름이 몇점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아! 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기절할 뻔 했습니다. 
      반짝 하면서 떠오르는 거대한 생각! 하느님의 어항은 지구다! 
      둥근 어항, 지구라는 인간 떼들이 모여 사는 지구 어항!.... 저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 우리들의 아버지, 
      찬미와 영광을 받으셔야 마땅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어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나의 영혼이 마치 거룩한 변모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 주님 보시기에 이 인간들이 어떻습니까.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올려야 될 중대한 의무를 잊고 사는 저희들인데 
      자신들만이 위대한 줄 알고 이곳 저곳에서 제 잘났다고 왜치고만 살고 있습니다.  
      주님, 주님 보시기에는 저희들이 얼마나 한심 합니까."라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생명의 샘 정녕 당신께 있나이다(시편 36,9)."
      
      "하느님을 모르는 자들은 모드 태어날 때부터 어리석어서 눈에 보이는 
      좋은 것을 보고도 존재하시는 분을 알아 보지 못하였고, 업적을 보고도 그것을 
      이룩하신 분을 알아 보지 못하였다....그들은 하느님의 업적 가운데에서 
      살면서 열심히 모색하다가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도 아름다와서 그 겉모양에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 
      만일 그들이 세계를 탐지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능력이 있다면 
      어찌하여 세계를 만드신 분을 일찌기 찾아 내지 못했는가(지혜서 13,1-9)."
      
      하느님을 잠시나마 생각하며 거룩한 변모에 참여하신 독자님은 
      주님의 위대하심에 조금이나마 참여하신 것이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