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선생님과 제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요한이는 부채를 손에 들고 
동네 어귀인 큰 느티나무를 찾아 갔습니다. 
동네의 어른 두 분이 멍석 위에 앉아서 장기를 두고 계셨습니다. 
매미들은 "장이야!"하는 소리를 지르면 일단 잠시 묵상하곤 
또 맴맴맴 하는 것이었습니다. 
"멍이야!" 해도 매미들은 침묵 하다가 다시 맴맴맴 하였습니다. 

요한이는 멍석 구퉁이에 등어리만 올리고 다리는 풀밭에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점점 매미소리가 커지는 듯 하더니 
요한이는 매미 소리에 말려 들어 갔습니다.
"나는 도대체 못알아 듣겠어. 넌 알겠니?" 옆의 매미도 "사람들은 다 
그러드라. 모를 소리만 하는 걸?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다시 노래나 부르자. 
맴맴맴 맴맴매앰..." 나무와 더부러 사는 매미들, 애벌레 때에는 나무뿌리 
밑에서 미생물들을 먹으며 육칠년을 침묵으로 도 닦고 세상에 태어나 
나무의 수액으로만 사는 빙산의 일각 같은 매미들의 생애, 
그러나 겨우 이삼주 살다가 영영 되돌아 올 수 없는 몸으로 가버리는 
매미들 틈에 요한이는 작은 마음이 되어 흩날기 시작했습니다.

"넌,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니?"  "장이야! 하고 음! 하면 멍이야! 하고 
어흠! 하는게 사람들이지 뭐."  "내가 보기엔 그런 것보다 가만히 장기판을 
디려다 보는 게 사람들인 것 같애."  "그렇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 
그늘을 좋아하는 동물이기도 한가 봐."이제 요한이는 미안해서 
더 이상 매미들 곁에 있을 수 없어 돌아 오며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도 한 없이 정신을 쓰는 동물들이 인간들이 라는 점. 
자기 보다 더 오래 살아 온 나무 앞에서도 큰 소리 치는 동물들이 
인간들이라는 점. 불과 이 삼 주만 살면서 본 인간 정의인데도 
요한이에게는 선생님의 말씀 같았습니다.

요한이는 부시시 일어나서 노인들의 장기판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데 
"너 훈수하지 말아. 내 이번엔 이놈을 묵사발을 만들어 주고 말거야!"
하시는 큰 소리가 한 평생 이기며 살아야 한다는 비참한 
세상을 증언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도를 닦은 매미들이 위로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맴맴매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