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분이 되시려면    

"자네는 명함 받은게 상당히 많구먼. 자네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봐."  "그게 아니고 내가 부탁할 일이 많아서 받은 것들이지오. 
이 사람은 종이를 싸게 살 때 부탁할 사람, 이 사람은 관공서에 서류 낼 
때에 연락하면 도와줄 사람, 이 사람은 교통 사고 났을 때, 이 사람은 
보험 계산 할 때 의뢰할 사람, 이 분은 해외 여행시에 도움 청할 사람..."

도움을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서 무슨 일이든 문제가 
없다는 표정으로 의기 양양 생기 밝아 하는 어떤 중년 생활인 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이 정도 많아야 이 세상은 살아 가기에 수월하다는 
이론 이었습니다. 나더러 부러워하라는 듯한 설명이기도 했습니다. 
신부인 나는 명함이 없어서 더 보태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명함이 
있다 해도 이 사람에게는 주고싶은 마음이 솔직히 나질 않았습니다.

"나는 이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만한 자격 조차 없는 몸이오."(요한1,27).  
요한은 자기가 아는 사람인 예수님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요한 세자는 예수님을 안다는 관계로 선교의 사명감을 몸소 지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요한 세자는 그래서 적극적인 인물이었고 그래서 
오늘도 위대한 분으로 이름이 있는 분입니다.

명함을 많이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서 저는 
우리 신자들을 생각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이 사람처럼 예수님, 
성모님, 성인들을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즉 부탁할 상대로 말입니다. 
물론 부탁해야만 하는데도 부탁을 안하면 의리에도 관계가 됩니다만, 
그렇다고 부탁만 하는 버릇을 지녔거나 자기 이외의 모든 대상들을 
부탁할 상대로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도 하느님 나라에서도 
별로 쓸모 없는 사람이 아닐가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보통 때는 별로 기도를 잘 안하다가 급할 때에는 
열심히 주님을 찾게 된다는 우리 신자들의 흔한 말들에 대해서 
꺼려지는 바가 있습니다.

"요새는 급해서 기도를 열심히 합니다."라는 말의 뒷면에서 "요즈음 저는 
기도로 나 자신을 소극적으로 잘 퇴화 시키고 있습니다."는 말로 들릴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계시다고 알아 믿고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산다는 것을, 부탁만 하며 사는 관계로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종교로 인해 큰 손해를 보는 사람입니다. 
하느님과 관련 맺으며 사는 방법에서 훌륭해지고 싶으면 
나를 위해 살지 말고 하느님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