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들의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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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들의 민주화 
      
      서울의 교통 분위기는 협박이나 공갈 시대를 지나고 권력형 분위기도 
      지나서 민주화에 이르기 시작한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치계보다는 교통계가 한 두 발씩 앞서가고 있는듯 하다.
      
      68년에 면허를 따서 처음 거리로 나갔을 때는 차도다 인도다 하는 
      개념이 없었으므로 알아서 적당히 운전하면 되었다. 
      이 시대를 눈치로 살면 되던 목적 달성 적당주의 시대라 본다.
      
      70년대로 넘어와서는 택시들이 서울 거리를 거이 완전히 덮다시피 하였다. 
      거리는 택시들의 장터였다. 운전사다 하면 교통 법규를 많이 알기보다는 
      욕부터 많이 배워 크게 소리 지를 줄 알아야 운전할 수 있었다. 
      거리에서는 곧잘 멱살을 잡고 운전수들끼리 힘쓰기 연기를 무료로 보여주었다. 
      이 시대에는 정치계에서도 힘깨나 쓰는 어깨형 아저씨처럼 생긴 분들의 
      활약이 컸다. 이 시대를 큰소리 위력형 정치 시대라 정해 본다.
      
      70년 중반기를 넘으면서부터는 거리에 일반 승용차들이 
      점점 보였는데 주로 검은색이었고 간혹 짙은 곤색이 있었다. 
      경찰들도 검은색이면서 광택이 잘 나는 승용차를 보면 
      움찔하면서 몸조심부터 하는 태도였다. 
      차를 사려면 검은 색을 사야지 안 그러면 경찰들의 밥이라고 하였다. 
      이 시기에 외국에서는 검은색 차량은 영구차 정도로 생각하는 때였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권력형 보호색 차량으로, 승용차다 하면 검은색이 판을 
      쳤으니 이 세대의 정치계를 해가 떠도 검게 보아야하고 눈을 떠도 감은 듯 
      -검은 안경이 유행- 살아야 하는 검정 권력형 만사 형통 시대라 이름하여 본다.
      
      80년 중반부터 거리에는 유색 차량들이 늘어났다. 
      마이 카 시대라는 말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이제는 택시들이 승용차들의 대세에 숫자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검은색 차량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깨끗이 보존하기가 힘들다는 평을 받기 시작했다. 
      경찰들도 차들이 너무 많아 그 표정이 재미있게 보일 때가 있다. 
      대도시의 거리는 다채로운 모양과 색을 띤 차량들이 질서 있게 
      움직이며 서서히 교통의 민주화가 일고 있다. 
      그러던 가운데 정치적 소요는 대도시의 도로상에서 돌과 불과 까스 연기의 
      혼종 합창 -데모가 한창 일던 때- 으로 잦은 연주를 가지곤 했다. 
      이보다 또 한두발씩 늦게야 국회의 구성도 다채롭게 된 것이라 
      보며 앞으로 기대를 걸오본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민주화보다 
      차량들의 민주화가 시급하다고 둘러쳐 본다.
      
      90년대 초반부터 주차난, 자동차 문화라는 말이 정식으로 등장한다. 
      운전자들은 모든 차량들의 물결을 따라야 한다. 
      기다란 주차장을 연상케 하는 정체 정도는 교통의 상식화가 되었다. 
      민주화로 나아가는 고위층이 누군지 구분도 안 가고 
      국회의 회의 양식도 정체 현상을 따르기 일쑤다. 
      앞차가 가야 뒤차가 가듯 모든 잘못은 서로서로 
      물고 물어 꼬리를 이은 정치 현상의 대열인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