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와 문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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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아와 문제인     
      
      불량 청소년 일제 단속이란 말을 흔히 들었다. 
      청소년의 문제점을 운운하며 청소년을 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운동이니 각종 움직임들이 있다. 
      청소년들만이 사회적 문제라 할 수 없고 청년들도 역시 
      같은 처지로 대하고 있는 것이 어른들의 생각이다. 
      청년들의 사고 방식이 어쩌니, 요새 젊은이들은 이해를 못하겠다느니, 
      극소수의 불순 학생들이니, 문제 학생들이니,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한다느니, 
      애들이 말버릇이 없다느니,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술 담배가 뭐냐느니 등등 어른들의 입에서 쉽게 흘러나오는 말들이다.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겨본다. 
      나의 입에서도 이런 말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나를 어른이라고 판정하고 있었다. 
      나는 여태 장가도 안 가고 총각이고 젊게 보인다고들 하는데도 나는 성인이지 
      청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청년 부류에서 졸업하고 점잖은 어른 부류에 
      속하는 것을 마치 다행한 일인듯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적에 40세만 넘으면 틀림없이 어른으로 보았다. 
      
      그런데 나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점점 무서워지고 죄책감마저 든다. 
      그 이유는 곧 나의 고백이며 하소연이기도 하다. 
      어떠한 어른들이 이 사회를 주름잡고 있느냐에 따라 
      나 자신도 그 부류의 일원이라 생각하며 뉘우치는 고백이다.
      
      질병, 너무나 가지가지의 질병들에 어른들이 걸려 있는데도 이 어른들은 
      자기들이 병에 걸려 시달리고 있다는, 참으로 불행한 처지를 
      전혀 모르고 있으며 그 질병으로 하루하루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위신을 지키기 위해 내세우는 큰소리 큰기침 터짐증, 출세 강조 대열에 
      줄타기나 빽스는 아부증, 행동과 말이 다른 습관성 속거먹증, 
      바람을 피우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인격 연막 거짓 발포증, 기회만 있으면 
      수차에 걸쳐서라도 술을 마시며 늦게까지 방황하는 자기 처신 상실증, 
      못살고 어려웠던 옛날 상황의 암기와 암송을 반복하는 세대 발전 미발육증, 
      윗물과 아래물의 책임 구분을 못하여 잘잘못 근원 판단 뒤집음증, 
      자신들은 공부 안하고 자녀들에게만 공부하라고 읊어며 사는 자기 면제 
      안심증, 물욕과 금력과 권력 등의 맛에 식용 왕성 과식증 등등등...
      
      이 정도로 병 증세를 나열하면 
      뭇 어른들의 눈흘김을 받고도 남으리라 본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말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이것이 바로 어른들의 사회적 진상이며 
      바로 어른이 되어 어른처럼 살고 있는 나의 잘못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이를 무마 내지 망각 상태로 마음 놓고 살아가기 
      위해서 마치 사회의 절대적 주인인 양 주도권을 꽉 움켜잡고선 절대로 
      놓아서는 안되기에 안간 힘을 쓰며 살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어른들을 나무라는 젊은이들의 소리 정도는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아예 무시되어야 정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내킨 김에 몇 가지 성인병을 더 들자면 
      자아 반성의 신경 마비증, 자기 주장 무사 통과를 위한 엄포 과시증, 
      더 이상 교육을 안 받겠다는 한심성 낙제증 등이라 할 수 있다.
      
      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상의 각종 질병에 걸린 성인들은 
      극소수에 해당된다고 반박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몇 명 안되는 극소수의 악성 질병에 걸린 불순 분자들이 이 사회에 
      있다고 말해야 행정 언어법상(1989년당시 극소수의 불순한 학생들... ) 맞다. 
      그러면 이 극소수의 불순 병폐가 사회적으로 전염되기 전에 
      뿌리채 뽑아 버릴 방안을 강구하는 기관은 어느 기관인지, 
      젊은이들의 소박한 소리가 묵살되는 사회, 더구나 신의 소리나 
      양심의 소리나 자연의 소리가 있다 해도 막무가내로 무시해 버리고 
      살 줄 알아야 이 사회의 어른스러운 자들이란 말인가. 
      
      신도 양심도 자연도 영 강권 발동을 안하는 것이 마치 자신들을 
      인정해 주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록 어떤 못난 인간의 못된 자유라도 신이나 양심이나 자연은 
      감정적으로 대결해 싸우려고 먼저 들고 일어나지 않는 법. 
      그래서 속상하다고 생각한 내가 무슨 능력이라도 있듯이 
      극소수의 불순 성인들을 상대로 내리쳤다간 아마 어마어마한 환자들의 
      수와 질병의 종류들로 당장에 숨막혀 기절해 버릴 것이라 본다.
      
      “누가 감히 이 어른들의 질병을 왈가왈부 하는가. 더구나 젊은 것들이 
      겁도 버릇도 없는 놈들이잖아. 젊은 때는 그냥 잔말 말고 자기 앞만 보고 
      한눈 팔지 말고 남 안 주는 공부 열심히들 하라구. 한번 맛을 봐야 
      정신 차리겠어?”라는 청년 때에 늘 들어 오던 말이 이제 어른이 되었는데도 
      아직 들려 오고 이젠 또 내 입에서도 그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고는 가슴을 펼 수가 없는 기분이다.
      
      불쌍한 오늘의 성인들, 어릴 적에 제대로 먹고 자고 놀지 못해서 인간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영양 실조에 또 전쟁통에 울음과 공포와 불안속에서 지내느라고 
      정신적 제반 불균형 상태에 시들어버린 자들, 바로 이 세대의 
      40대로부터 50대까지의 불행한 자들이 오늘을 주름잡는 어른들이다. 
      나는 확실하게 이런 어른들 중의 한 사람이다. 
      바로 내가 이 질병의 근원인 악성 질병균이 만연하여 돌던 시절에 자랐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치료를 받아도 한참 받아야 될까 말까 
      여간해서 잘 고쳐지지 않을 것만 같다.
      
      나는 나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의사들을 만나고 싶다. 
      하느님은 공의하시므로 누군가를 의사로 예언자로 보내주셨을 것이다. 
      청소년들과 젊은 세대들은 눈이 밝으니 잘 구분하리라 믿는다. 
      어쩌면 오늘의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이 참으로 어른들의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일지 누가 알겠는가.
      문제의 성인들에게 자성의 문을 열어 주는 젊은 인생의 의사들이 필요하다. 
      어쩌면 문제아들이라고 하는 젊은이들이 바로 불순 성인 병자들의
      의사인지 모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