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하신 분들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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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수술 하신 분들께 인사 
      
      안녕하십니까? 
      참, 한 주일을 지나는 동안, 보면 세상의 여러가지들이 달라집니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한 주일간 무엇이 달라졌나 하고 생각하면 
      뭐 별로 색다르게 달라진 건 없고, 그저 그렇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어떤 분과 이야기하던 도중에 
      무언가 머리를 스치면서 마음까지 와 닿는 게 있드라구요. 
      그분은요, 매일매일 참 신기하고 감사하고, 
      날을 맞이하는 자체가 참 경이롭다지 뭡니까? 
      차분하고 진지한 그분의 표정에서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잠깐, 우선 오늘 아침에는 대수술 받으신 분들에게 특별히 "안녕하십니까?" 
      라고 인사 올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요, 
      바로 제가 말씀드릴 그분이 얼마 전, 심장 대수술을 받으신 분이셨거든요. 
      우리 정상 몸을 지닌 사람들은 대수술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께, 언제 조용한 
      시간을 내서 그 심정에 어려 있는 좋은 말을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새 명명으로 넘어서는 순간에서부터 신체의 
      한계를 느끼며 자신과 진지한 시간을 많이 가져 본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어, 그게 뭐예요? 남자가 무슨 눈썹 수술을 받았나, 
      왜 눈썹에 검으스레한 굵은 선이 있지요?" 하며 제가 물었더니, 
      "내가 이렇게 가는데 - 워낙 나는 믿음이 강한 사람 아니겠어? 
      내가 가면 그 문이 열릴 줄 알았는데 - 그리고 나는 기도를 걸으면서도 
      잘 하잖아? - 그 자동문이 하필 고장이 난거지 뭐. 
      꽝하고 띵했는데 그런가 보다 했더니, 볼로 뭐가 뜨뜻한 게 흐르지 않겠어? 
      참 고맙더라구, 그 정도가. 병원에 가서 열세 바늘 정도밖에 안 꿰멨거든?"
      
      참, 말하는 투가 어른이 애 같기도 하고 좀 약간 비정상 같기도 하면서, 
      싱글거리며 웃지도 않고 말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길어지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 심장 대수술을 받은 이야기, 
      그 때에 죽을 준비를 한 이야기, 깨어나는데 코가 그렇게 예민하더라는 
      이야기, 고쳤다는 것이 아직 신기하여, 뛰어보며 완쾌의 시험도 하는 둥, 
      아직 영 실감이 안 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들이어서 저는 그분의 말을 참 진지하고 
      신기하고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 혹시 죽을 확률이 높은 대수술을 
      받으신 경험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정말 존경합니다. 
      입을 멍하니 벌리고 존경하며 한참 쳐다보고 싶습니다. 
      죽음의 골짜기에서 헤쳐 나오는, 아득하고도 머나먼 여로인양, 
      아련한 감각 세계로 회복되는 그 순간, 죽을 수밖에 없어서, 
      죽어 가고 있는 여정으로부터 되돌아온 야릇한 심정,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신기한 세계를 보는 듯한 짜릿함, 
      이러한 모든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입니다.
      
      누구나 대행해 줄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한 이런 대수술을 받은 후 
      지금은 아무 일 없이 일을 잘하시면서 살고 계신 분들, 
      아마 사람들이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주고받을 때 남들보다 
      좀더 의미 있는 말로 들으실 겁니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신 분들은 확실히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삽니다. 
      
      가톨릭에서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이라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므로 
      죽음과 삶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수술한 환자들이라면 우리의 육신, 물질계 외에 
      우리 몸 안에 있는 비물질적 것으로 생명의 요소를 지니는 
      그 어떤 자신의 존재를 느끼셨을 겁니다. 
      
      저는 여기서 가톨릭 교리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마철에 우중충한데 이렇게 죽음 이야기를 해서 안됬습니다만, 
      사람들 모두가 잘 죽기위해 오늘을 성실히 사는 마음들을 지녔으면 좋겠구요, 
      오늘 하루가 내 인생에서는 딱 오늘 하루밖에는 못 받을 중요한 
      큰 선물이다고 좀 실감나게 느끼며 살았으면 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싸우고, 시기하고, 죽이고, 욕심 부리고, 남을 비평하고, 무시하고 이런 
      모든 것이 인생을 발전시키고 삶을 진정 부요케 하는 것들인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삶, 생의 에너지, 세 끼씩이나 밥을 먹으며 
      얻어낸 열량을 태우고 있는가, 이거 꼭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영영 죽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저의 이 방송을 비웃어도 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은 사실인데 우리의 이성이 물질 만능 세상에서 그만 
      공해병에 걸려 마비 상태로 병들어 버리지는 않았는지요. 
      정말,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시간을 내어서 
      한번 대수술을 받아야 할까 봐요.
      
      신체적으로 대수술을 받으신 분들 모두 그 때 그 마음을 
      다시 찾아 신선함을 지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이웃들의 정신과 마음을 서서히 조용히 
      대수술 해주시는 역군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 청취하신 모든 분들께 신선한 마음의 향기를 드립니다. 
      평화로운 하루가 되십시오. (아침 방송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