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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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큰 위력    
      
      산등성이에 햇살이 미끄럼을 타는 어느 날 오후, 
      햇살의 흐름속에 몸을 헹구고 싶어 그곳에 누워 버렸다.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여기저기 떠 있는 구름을 감상하다가 
      하늘의 깊은 마음과도 같은 푸르름으로 
      시선이 빨려 들더니 내가 누운 산허리가 함께 승천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와 하늘 사이를 막고 있는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주 미세한 거미줄이었다. 가느다란 거미줄은 맑고 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 티 없이 맑게 빛나는 거미줄은 결코 나약해 보이지 않았다. 
      거미의 몸속에서 지금 막 흘러나와서 아직 몸의 훈기로 
      아지랑이 같은 김을 올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싱싱한 거미줄이 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에게 삶의 제1막을 보여 주려는 듯했다. 
      카메라의 주움을 사악 돌리고 촛점을 섬세한 거미줄에 마추고 훑어 올라갔다. 
      
      정돈이 잘 된 동네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기름 방울인지 물 방울인지 모를 투명한 방울들이 
      아주 작은 햇살을 택하여 옷을 만들어 입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하루살이, 풀모기 같은 작은 생명체들이 발악을 하기도 하고 
      신음하기도 하고 지쳐 있기도 했다. 그중에 좀 큰 것들은 
      이미 꽁꽁 체포되어 도저히 헤어 나갈 수 없이 답답하게 묶여 있었다.
      저런 생사가 얽힌 삶의 현장이 내 눈앞에 놓여 있는데 
      저 푸른 하늘로 어떻게 올라갈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걱정이 나를 당연하다는 듯 버티어 막고 잇었다. 
      거미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감탄해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 동네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우람한 몸매의 거미는 마치 아프리카 
      원주민이 사는 어떤 신비스런 동굴 속의 괴상한 우상신 같이도 보였다.
      나는 저 푸른 하늘을 가고 싶어도 저 거미 때문에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포기할 정도의 위력으로 그 거미는 온 동네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나의 오른 손 검지 손가락에 공포의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물들어 가려는 순간 
      더 이상 물들어 버리면 손이 굳어 버릴 것만 같았다. 
      아직 손가락 마지막 마디의 생기가 남아 있는 듯 하기에 
      그 생기를 총동원해서 지긋이 힘주어 누르는데 찰칵하는 소리에 
      숨을 몰아 쉬고 있는 나 자신을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런 거 뭐 그저 그런 사진이고, 뭐 좀더 근사한 것을 찍어야지... 하며 
      사진첩을 뒤적이는 친구 앞에서 재판을 받기나 하듯 멋적어진다. 
      흔신의 영합이 때로는 신비의 세계로 말려들어 놀라기도 하고 미소짓기도 하며 
      가끔은 떨면서 찍기도 했건만, 무한한 세상의 조건도 엄청난데 
      인간들의 다양한 각양각색의 시각들은 더한층 알 도리 없는 세상이다. 
      해서 알다가도 모를 숫한 것들 속에서 어제처럼 가까스레 
      숨쉴 수 있는 오늘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