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는 마이너스

언젠가 어느 집에 갔는데 그 집에 6살 정도의 꼬마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꼬마에게 "작년엔 몇 살이었지?"하고 물으니까. 
"5살."하기에 "그럼 지금은 몇살?"했드니 "6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아니라며 누가 그렇게 가르쳐 주드냐고 물었더니 
엄마라고 했습니다. 저는 꼬마에게 두 손을 펴서 6손가락을 보이면서 
"우리 손가락 먹기 할까?"하고는 "자 손가락이 6인데 하나를 냠냠 먹으면 몇개?"
했드니 "5개!" "또 하나를 꿀꺽 먹으면?" "4개"라고 잘 알아 마쳤습니다. 
그 다음에 "그럼 요한이는 작년에 나이 하나 먹었지! 그렇지." "녜." 
"그러니까 작년엔 나이가 5개. 맞다! 그치?" "녜." 
"그리고 금년에 또 하나 먹으니까 4개다 그치?"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다고 하기에 그러면 "누가 몇 살이냐고 물으면 작년에 5 이었으니까 
하나를 먹어서 4이라고 해야한다. 알았지?"했더니 그렇다고 했씁니다. 
"요한이는 괭장히 똑똑하다 그치?"하니까 
빙그레 신이나서 웃기까지 했습니다. 그 후 그 어머니는 제가 
엉크러 놓은 나이 개념을 고쳐 주는데 애를 좀 먹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어린이 처럼 생각하면 우리들의 나이가 사실 줄어들 것만 같습니다.  
금년엔 우리 모두 단순하고 청순한 마음으로 나이를 줄여 나가면 
어떨가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출발한 나이는 자꾸 많아지는 반면에 
하느님 앞으로 가게될 나이는 틀림없이 줄어만 갑니다. 
세상을 출발한 나이에 신경 쓰다보니 하느님 앞으로 다가가는 
줄어드는 나이는 미처 생각 못한 듯 합니다. 
그리고 보니 저도 신부가 되면서 열심히 살다가 마흔이 되면 
꼭 데려가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것을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제 따져보니 벌써 마이너스 나이를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먹어서 쌓아 놓은 나이는 별로 자랑할 것들을 해 놓지 못한 것같습니다. 
주책이라든가, 고집이라든가, 권위라든가, 등의 별로 달갑지 않은 
것들이 자랐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먹어서 없애버리는 나이라면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는 나이같이 성스럽게 보입니다. 
어린이와 같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린이 처럼 되어야 천당에 
간다는 주님의 말씀을 생각하면 더욱 진하게 후회스러워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