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데이트 덕분에
ㆍ조회: 1015  

      그 데이트 덕분에 (요한 4,1-42) 
      
      조용하고 심심해서 무슨 건수가 안 생기나 하고 있었는데 
      굵직한 음성의 "물 좀 주시겠오?"라는 소리에 나는 귀가 번쩍 떴습니다. 
      우물에 왔으면 자기가 퍼 먹지 왜 나더러 달라지? 하고 생각하는데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 내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로서는 이해 못할 말이 들렸습니다. 
      그 여자가 이번에는 그 남자에게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좀 주십시오."라는 
      말이었는데  도대체 우물 앞에서 두 남녀가 서로 물을 달라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마 둘이 남녀니까 재미난 말장난을 하는 
      데이트 형식을 전개하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호기심으로 만껏 귀를 기우렸습니다. 
      남편이 없다는 걸 알아 맞추는 남자, 감탄하며 선생님은 예언자 이십니다고 
      금새 인정하는 여자, 훌륭한 예언자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는 여자의 고백, 
      그게 바로 나라고 하는 믿음직한 남자의 음성, 너무나 좋아서 소리 지르는 여자, 
      그 순간 여러 남자들의 소리가 들리자 그 여자는 물도 안 긷고 가 버리는 낌새, 
      이 데이트 덕분에  나는 매우 매우 정말 매우 위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에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쓰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때까지 자연의 물만이 세상에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또 다른 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사람들은 두 가지 물을 먹어야 산다는 걸 말입니다. 
      나에게는 너무 새로운 깨달음 이었습니다. 
      육신에 필요한 물과 정신에 필요한 진리라는 물이 있음을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때부터 사람들을 높이 우러러 보기로 했습니다. 
      모든 사람님, 정말 사람님들을 한없이 찬양합니다.
      아참, 나를 소개해 올리자면 
      나는 그때 그 데이트가 있었던 우물의 우물안 개구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