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는 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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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는 피는데... 
      
      어느 날 산에 가면서 진달래를 보는 순간 '참 고맙다.'라는 마음이 피어 올랐다. 
      명동 성당 주변에 피었던 진달래는 일과 생활 속에서 
      미처 봄을 느끼기도 전이라 감상도 제대로 못한 채 지고 말았다. 
      아쉬워하던 마음에 산에서 다시 진달래를 보니 
      고마운 감정이 절로 일어나는 것이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라는 노래 가사가 정말이구나 하며 
      새삼 진달래에게 '수고한다.'
      라는 속삭임을 가쁜 숨결에라도 듬뿍 실어 내보낼 수 있었다.
      
      수정 같은 물가루가 꽃잎 속에 골고루 퍼져 있듯 보드랍고 연한 진달래꽃, 
      푸른 이파리가 없다며 부끄러운 빛으로 밝게 피어나는 진달래는 예쁘고 
      소박한 어여쁜 한국의 아가씨 같기도 했다.
      주소가 너무나도 다르지만, 서울의 명동에 진달래가 피었던 그 정원과 
      의정부를 지나서 있는 이 산은 기후가 다를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일지라도 
      똑같은 모습의 진달래였다. 아마 토양도 다르고 수분의 질까지도 
      어느 정도는 다르리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확실히 같은 진달래였다. 
      명동에서 보던 진달래가 나를 따라 이 산까지 달려온 줄 알았다. 
      아니면 진달래가 도술을 부리는 줄 알았을 정도로 같은 꽃, 
      같은 질, 같은 자세였다. 
      진달래는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배움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법도 모르지만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충실히 해 나가는 그 무엇을 
      느끼면서 '진달래, 너는 멋쟁이야.'라는 느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너는 진달래끼리 같게 필줄을 아냐? 
      어떻게 너는 꽃잎의 색갈을 서로 약속하지도 않고 작년과도 같고 먼 데 있는 
      것과도 같게 하냐. 작년에 피었던 색깔을 참 정확히 기억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진달래가 존경스럽기까지나 했다.
      
      사람, 사람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수도 서울에서 수도물을 먹고 자라난 사람이 다르고 산 속에서 개울물을 
      먹으며 살아온 사람이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애들과 어른이 다르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고 직장이 무엇이고 
      직업이 무엇이냐로 또 달라진다. 
      정치인들은 여당과 야당이 다르고 자신들이 속한 당에 따라 다르고 
      당수의 말 한마디에 따라 또 달라진다. 
      태어날 때 누구나 '응애.'하고 터트린 울음을 출발점으로 세상에 제멋대로 
      헤어져 지내며 계속 달라지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다시 만나면 서로 같아지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오히려 
      달라진 자신의 능력으로 서로 다투어야 되겠고 싸워야 되고 이겨야 되나 보다.
      
      경상도 토질은 어떻고 기후는 어떠하기에 전라도의 누구와는 다르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아니다. 
      전라도의 벗꽃, 진달래, 철쭉은 전국 어느 곳의 그것들과도 다를 바 없다. 
      같은 분위기, 같은 모습, 같은 이름들임이 확실하다. 그
      러나 우리 사람들은 왜 서로 다르게 되는 건지... 달라지려 하는 건지... 
      이유가 무엇인지... 하여튼 거기 그 정체와 전쟁을 선언하고픈 심정이다.
      배운 게 달라서 다르다면 배우지 않으면 될 것이고 경험이 달라 다르다면 
      경험을 하지도 주지도 말면 되리라 본다. 
      그리고 상식이 다르거나 습관이 다르고 해서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 
      아예 무식하기로 하고 무반응하기로 하면 어떨가 생각해 본다. 
      모두가 안 될 일이다. 배웠건 말건, 유식하건 무식하건,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그것말고 다른 어떤 힘이 우리의 실체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종합적 결과를 내는 능력 같은 거 말이다.
      
      우리가 서로 다르니 비교를 해 가며 잘 어우러지게 배치해 보면 
      기맥힌 작품성이 강하게 작성될 것이다. 
      그러나 계속 비교를 비교만 하고 단절과 대립으로 단절만 한다면 
      좌절의 단절 골짜기가 이루어질 거다. 
      사람들은 정말 차원 높이 복잡한 줄 안다. 
      그러니 그 복잡한 머리로 진달래의 단순함을 배우고 
      유능한 능력으로 자연의 미세한 풀 한 포기에게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해야 되겠다.
      진달래는 피는데 왜 우리 인간은 서로 피어나지 못하게 하는지...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