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함을 이기는 부드러움 (1)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1984년 여름에 미국의 13살 소녀 사만다 양이 
당시의 소련공산당 서기장 안드레아 보포비치에게 편지를 띄웠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저씨! 만약에 전쟁을 찬성하는냐 반대하느냐를 투표에 부친다면 
아저씨는 어느 쪽에 표를 찍으시겠습니까? 
저는 미국과 소련이 전쟁을 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심각한 냉전체제하였지만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정치적인 제스츄어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만다 양을 소련에 초청하여 여러 곳을 구경시켜주고 
자신의 부드러운 면을 맘껏 보여주었습니다. 

이듬해엔 미국에서 소련의 어린이들을 초청했습니다. 
뉴욕에서 9명의 미.소 어린이들이 대화를 했습니다. 기자회견도 했습니다. 
그 중에 한 어린이가 앞으로 핵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다른 어린이들도 우리는 전쟁없이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라는 얘기를 아주 
천진난만하게 기자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물론 그때문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 이후 소련과의 벽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어른들의 마음이 선해지면 어린이의 힘이 위대해집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이 
사회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어린이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강한 것을 이기려고 하면 반드시 유(柔)로서 이겨야 한다. 강(强)을 강으로서 
이기려고 하면 더 큰 강함이 이루어진다.” 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문왕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서 중국의 북변 국경지역에 평화촌을 만들었습니다. 
국경 근처에 자그마한 읍들을 만들어 놓고 어린이 놀이터와 어린이의 보호구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방에 초소를 만들어 병사들을 시켜 지키는 것이 아니라 
평화촌을 만들어 아이들이 서로 국경을 건너다니며 맘껏 뛰놀게 했습니다.  
특히 주나라 주변 국가의 어린이들이 오는 것을 대환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다른나라 아이들이 국경을 넘어와서 하루종일 놀다가 
집에 돌아가는 것은 곧 귀국이었습니다. 이것이 청나라를 거쳐 지금까지 
내려오면서 중국이 그 큰 땅덩어리를 잘 지키는 비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변방에 있는 국경지역의 사람들은 인접국가의 말을 매우 
잘 합니다. 지금은 북한이 들어서서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예전에는 두만강과 압록강에 면해 있는 중국지역의 도문, 안동, 연변, 연길 지역의 
통용어가 중국어와 조선어였습니다. 인도 변방에서는 인도말과 중국어가, 
소련 변방은 러시아어와 중국어,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경선을 지키기 위해 구태여 군인들이 애를 쓰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지역에서 어떻게 어른들이 
서로 총질을 해댈 수 있겠습니까? 
중국은 이렇게 하여 오늘까지도 국경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약 4, 5 년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가 생각납니다. 
아파트 옆집에서 시체썩는 냄새를 맏고 옆집의 시체를 찾아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어느 아파트에서는 어린이들이 어른들만 보면 설령 처음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어른들에게 ‘먼저 타세요’ 하며 양보를 했고 내릴 때도 
어른들께서 먼저 내리시라고 깍듯한 예절을 보였답니다. 
이것은 아파트의 어머니들이 반상회를 하여 그렇게 결정해서 시행했다고 
합니다만 오래 가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고, 우리 어린이들 교육에 
이바지되지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어린이들은 백지상태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무엇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서 
어린이의 모습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조선 중기에서 말기까지 서당에서는 훈장이 
일천자 밖에 되지 않는 천자문을 가지고 한 사람에게 몇년씩을 가르쳤습니다. 
고작 일천자 밖에 되지 않는 그 천자문 책을 가지고 글자 한자 한자의 의미를 
익히며 어린아이들에게 인생을 사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도록 가르쳤습니다. 
천자문을 배우면 수신(修身)책을 읽는데 그 수신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전남 담양에서 이율곡 선생께서 지으신 『소다 후지훈』 『학교 보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집안 가문에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원리로 쓰면서 
동시에 이웃의 어린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선 말기 실학파 이덕무가 쓴 수신책의 내용을 보면 
오늘 우리가 읽어도 감명을 받을 많은 글귀가 있습니다. 

· 어른이 등을 긁어라 하거든 손을 입에 대고 호호 불어서 덮힌 후에 긁어드려라’
·쌈을 싸서 먹을 때는 눈을 내리깔아라’ 
·신을 신을 때는 뒷축을 꺽지 말고 신어라’
·머슴이나 아랫사람에게 큰소리로 야단치지 말고 작은 소리로 말하여라’
·남과 무엇을 나눌 때는 내 몫이 남의 몫보다 적게 하여라’ 는 등등의 
좋은 말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 침략으로 속국이 되고 6.25를 겪으면서 교육의 맥이 끊겨버리고 
이후 물질문명이 외국에서 급작히 밀려오자 변했던 것입니다. 
7, 80대 사람들이 5, 60대 사람들을 키우면서 하는 이 소리들을 왜 잔소리로 
받아들였나 하면 그것이 바로 그들이 배운 교과서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른들은 천자문이라는, 수신편이라는 교과서로 교육을 받았지만 다음 
대에서는 그것이 교과서에 없기 때문에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인간교육을 하는 참소리를 잔소리로만 받아들인 우리들 5, 60대가 오늘의 아이들이 
무서운 아이들로 변했다는 등의 말을 양심 부끄럽게 할 수가 있는 겁니까? 
따지고보면 우리들의 자녀들이 어릴 때 부모인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