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에게 물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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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들에게 물어 보세요 (마태오 13,1-23) 
      
      하늘도 맑고 구름이 춤을 추며 나더러 박수를 치라는 쾌청한 날이었습니다.  
      산 밑 너른 잡초 동네를 방문했습니다. 풀밭에 누으면 온 몸으로는 
      감당 못할 옛 아지랑이들을 몰아 쏟아 받는 기분에 젖곤 했습니다. 
      팔 다리야 염려 마라 누구도 너에게 아무 일을 안 시킬 테니 
      네 무게 대로 모양 대로 늘어져 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
      
      "우리는 병이나도 약방에 갈 수가 없잖아. 척추가 부러져도 그냥 부러지나보다 
      하고 있을 뿐, 병원 갈 수도 없는, 아! 괴롭다. 괴로워 미치겠구나." 
      "너무 그러지 마. 나도 며칠전 척추가 부러졌잖어. 그래도 봐 아직 살아있어. 
      고치느라 애쓰다 보니 남들보다 안커서 이젠 그저 그래. 
      뭐 억울한 것만 생각하면 되겠어?  그런 생각은...고민만 생겨..." 
      "와! 신난다. 해가 났다! 바람도 잔다." " 아이 귀찮아 싫단말이야. 
      어제도 와서 내 옷 한 벌 먹어 치웠잖아! 고약한 풍뎅이야 저리 가지 못해? 
      왜 나만 괴롭히니! 내 옆에도 있잖아!"
      
      벼라별 소리. 신나는 소리, 괴로운 소리, 짜증스런 소리, 즐거운 소리...
      소리, 소리들을 솔솔 바람이 쓸어 거두어 가면 또,또,또. 어떤 것은 돌 재악에 
      떨어졌다고 한탄, 비옥한 땅에 떨어졌다고 신나하는 등등 풀들의 소리가 
      사락 사락 들리는 풀밭. 풀들의 팔다리 척추가 부러지지 않고서는 들판에 
      누울 수가 없었던게 문제. 이게 미안한 건지, 정당한 건지, 당연한 건지, 
      안되는 건지, 이러다가 내가 신경 쇠약에 걸릴 건지, 아닌지 등으로 몰고 
      밀고 하다가 결국은 "아! 잘 쉬었다."며 척추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때 들은 소리는 풀들을 인간처럼 올려 생각한게 
      잘못인지, 풀들을 풀들의 처지대로 알지 못한 무식 때문인지...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때 풀들을 생각하며 사람들의 세상을 
      풀밭 같은 세상이라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럼 나는 그때 풀들에게 무엇이었나 하고 생각해 보려는데 
      답이 먼저 나오기를 "하느님이었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