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함을 이기는 부드러움 (2)     

7, 8년 전 일본에서 어린이 교육에 관한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할 때 자료정리를 한 것을 한번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공부를 할 때 부모님들이 어느 과목에 치중하라고 
가르치느냐고 물었을 때 답은 대부분 -- 약 70% -- 수학과목이었습니다. 
일본은 부모들이 외국어를 하라고 했고 
대만은 사회학을 첫째로 꼽았습니다. 미국은 과학이었습니다. 

수학이 무서운 사람을 만드는 첫째 조건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계산이 빨리 돌아가는 겁니다. 
저 사람이 내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플러스냐 마이너스냐, 둘이 힘을 합치면 
되느냐 안되느냐 이런 수치 대입방식으로 대인관계가 맺어지고, 
모든 것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기본원리를 우리는 우리의 어린이에게 
생각도 없이 주입시켰던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따지길 좋아합니다. 
‘아버지께서 잘한 게 뭐 있어요?’ 이게 바로 수학공부를 한 사람들입니다. 
‘어머니는 내게 해준 게 뭐가 있어요?’ 이게 바로 수학공부를 잘 한 결과입니다. 

명절 때가 되면 부모님께는 이선물, 장모님께는 저선물, 이렇게 해 드리면서 
효도는 다 한 줄로 압니다. ‘제때에 찾아 뵈었으면 됐지 뭘 더 해드려?’
‘부모님은 형이 모셔야지 동생인 내가 왜 모셔?’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는 이유가 
다 우리가 수학공부에 치중하라고 강조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심부름 중 7, 80%가 가게에 가서 
뭘 사오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접시를 닦는다든가 
식탁준비를 하라든가 가사일 돕기이고, 일본은 유리창을 닦아라, 
방청소를 해라는 등의 집안 청소가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들의 잘못이었습니다. 
수학 가르쳤습니다. 돈 쓰는 것 가르쳤습니다. 
거기다가 이젠 왜 못 깎았느냐고 야단칩니다. 
왜 그집에서 샀느냐 저쪽 집에 가서 사면 싼데, 물건이 좋다 나쁘다, 
편파적인 것도 가르쳤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돈 맛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우리 어른들이 가르친 것입니다. 
그러니까 돈 갈취하는 범죄가 더 극성을 떠는 것 아닙니까?
이젠 우리 아이들보고 무섭다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부드러운 가정을 이끌어가는 데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가 밖에서 
하는 일이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천직이라고 생각지 않고 일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요, 일 안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듯이 매일 저녁 밖에서 
술이나 마시고 2차 3차까지 가야 하는 건지, 
우리 남자 어른들 양심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십시요.

자식들이 밤늦게 들어오면 그 이유를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나는 사업상으로 
술을 한잔 먹다보니 늦지만 아이들이 뭣 때문에 늦느냐고 야단치지 마십시오.
친구가 고민과 슬픔에 빠져있을 때 그를 맥주집에 데려가 술 한잔 시켜놓고 
그 친구를 달래주느라고 밤을 새웠던 것을 어른들이 들어보지도 않고 
그걸 무슨 큰 사건이나 터진 것처럼 떠들면서 야단을 쳐서 될 일입니까? 
그렇지 않고도 밤늦게 다니는 학생이 있다면 일단은 그 학생이 어릴 때 부모 중 
어느 한분이 밤늦게 다닌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른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안지키면서 
어린아이들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할 수 있습니까?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을 각성하시고 전국민, 
전체 부모님이 자녀와 함께 피부를 맞대며 함께 살아가며 벗으로 키워야 하는데 
마치 사육을 하듯이 키워서 될 일입니까?

이제 이땅의 젊은이들이 무섭게 어른들을 향해 도전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어른들이 경제권을 쥐고 있어서 야단을 칠 수도 있지만 
이제 조금만 지나 자식들이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새살림을 꾸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강요하다시피 공부시킨 
수학 때문에 무서운 계산법에 의한 대접을 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세끼 밥값 계산하고, 교육비 들인 것 계산해서 되돌려드려서 양로원에나 
보내드리면 되지 뭐’ 극단적인 예로 그렇게 안된다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우리는 객관식공부를 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기초를 없앴습니다. 
그래서 객관식출제에 숙달된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릅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냐 4개 중에서 하나 택해라, 답은 이것이다.’ 
그렇게 교육시켜 놓았으니 젊은이들도 ‘아버지 이것입니까? 저것입니까? 
답을 하십시요’ 하면서 흑백논리로 따지며 들어옵니다. 
이걸 하면 내 아버지요, 이걸 안하면 내 아버지가 아니다, 이런 식이 됩니다. 
얼마나 간단하고 단순합니까? 
이것이 바로 객관식교육의 폐해라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오늘 우리들의 주님께서는 열두 제자 앞에서 어린아이를 끌어안으시고 
“너희도 이 어린이처럼 되어라. 그렇지 않으면 천국에 들지 못한다.
 이 어린이를 받아들이면 곧 나를 받아들임이니라.”
바로 어린이가 어른의 교과서임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보고, 오늘의 젊은이들을 보고 진정 자신이 
한 짓들을 회개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로부터 당할 것을 아무 소리 하지말고 
당할만큼 당해 주십시요. 그럴 때 오히려 젊은이 측에서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그러지 않으시고 오늘도 젊은 세대에게 대화도 
나누지 않으시면서 무조건 ‘어디를 싸돌아 다니느라고 밤늦도록 다니느냐?’ 고 
야단만 치신다면 멀지않은 장래에 ‘할머니는 밤늦게 뭐하러 돌아다니느냐?’ 고 
거꾸로 야단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늦게 들어왔으면 늦게 들어온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대화로서 이유를 듣고 사랑으로 감싸며 
같이 피부를 맞비비며 친구가 되어 주십시요. 
정말이지 어른들은 젊은이들 앞에서 진정 회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