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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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존경하는 경찰
      
      “쇼 미더 카드 플리스.” “(아이고, 걸렸구나.)”
      나는 야간 드리아브가 좋았다. 속이 다 후련해지는 맑은 여름 밤하늘의 
      그 한 밑을 상쾌히 가르며 나가는 기분 때문이었다. 
      70마일로 달리다가 점점 가속이 붙으며 80, 90, 100, 110마일까지 
      계기판의 바늘이 가리키고 있었다. 
      시가지가 전방 오른편에 아득히 깔려 있어 금빛 모래를 뿌린 듯 
      찬란했고 나에게 급히 달려오라고 유혹하는 요정들의 소리가 거기서 
      흘러 날리는 것만 같았다. 온타리오 호수가 왼편에서 검푸르게 밀어붙이듯 
      오른편으로 커브를 틀어 토론토 시가지로 향하려는 순간 언제 나타났는지 
      흰색의 묵직한 오토바이가 빨간 불을 휘돌리며 바로 옆에 붙는 것이었다.
      
      “예스, 히어. (국제운전 면허증입니다.)” “아류 어 카톨릭 파더?” 
      ‘아휴 챙피해.’ 하는 소리를 혼자 하면서 그렇다고 했다. 
      경찰은 노인같이 머리가 희고 퉁퉁하며 얼굴엔 굵은 잔주름이 
      유서깊이 자리 잡은 고참이었다. “녜, 신부 학생입니다.” 
      “한국 국적, 이태리 면허증.” 
      몇 마디를 하다가 면허증으로 자기 허벅지를 딱 치더니 
      “한국에는 신부가 많습니까? 
      당신이 죽으면 교회가 얼마나 큰 손해인지 압니까?” 
      아버지에게 야단맞는 기분이거나 주교님에게 꾸지람 듣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 야릇한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 순간이었는데 
      “로사리오 한 번, 여기서!”라는 보속을 주는 것이었다. 
      로사리오 기도(묵주의 기도) 바치는 데 십오분 정도이니 하라는 것이었다. 
      그대로 묵주를 꺼내어 시작했다. 
      
      경찰은 바로 내 앞에서 오토바이에 기대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했다고 하니까 그냥 훌적 떠나는 것이었다. 존경스러운 카나다 경찰이었다. 
      그러면서 오늘도 차를 몰다 보면 경찰들과 별별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때마다 우리 나라 경찰이 십여 년 전인 캐나다 경찰의 수준에 달하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경제신문 원고199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