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의 길       

오늘은 성소주일로서 착한 목자 주일이라고도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 중에서 착한 목자가 될 재목을 많이 양성하자는 
뜻이 담긴 날입니다. 
근래에 와서 ‘아들, 딸 둘만 낳아서 잘 기르자’ 라는 말이 생겼고,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해서 얼마나 자녀를 잘 길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잘 기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우리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잘 한다’는 말이 공부를 잘 한다는 
뜻으로 쓰이고,‘좋다’하는 말은 착하고 성실하다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그러나 그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면 달라집니다. 
‘잘 한다’는 말은 '잘 살 수 있다’는 말과 통하며 '잘 산다'는 뜻은 
부자로 산다는 뜻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살기 좋다’는 말은 경제가 풀린다는 뜻으로 흔히 둔갑을 하고 맙니다. 
‘저 집이 좋다’하면 고급 집이라는 뜻이 되고 ‘좋은 옷’ 하면 
‘비싼 옷이다’라는 생각을 먼저 갖게 됩니다. 

왜 학생 때는 ‘좋다’‘잘한다’는 말이 그렇게 쓰이다가 갑자기 뜻이 
바뀌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물질만능의 사조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과연 자녀를 잘 키웠다, 잘 길렀다라는 기준을 
여러분들은 어느쪽에 두시고 말씀하시고 계십니까?  
잘 키웠기 때문에 어디가나 먹고사는 데 문제없다는 뜻은 아닌지요.

한 집에서는 아이를 잘 기르기는 방법으로 공부 많이, 점수 많이를 외치며 
공부때문에 방해된다고 성당은 커녕 성경도 못보게 하였습니다. 
오로지 대학좋업을 목표로만 살았습니다.
또 한 집에서는 어릴 때 부터 부모가 같이 놀고 같이 공부도 하고 
같이 성경도 읽고 성당에 함께 나오고 사랑 속에서 길렀다고 합시다. 
이 양쪽 어른들이 자기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하느님 앞에 갔습니다. 
하느님께서 어떤 아이를 잘 길렀다고 하시겠습니까?
머리에 지식만 많이 들었다고 해서 잘 키운 자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지식은 갖췄지만 이웃 사랑이 부족하여 그 지식을 가지고 사람을 괴롭히면 
얼마나 무서울지 생각했습니까.

저는 미사를 드리면서 물을 따라주는 복사들을 보며 가끔씩 짜릿한 
전율 같은 감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신부와 수녀들, 즉 동정을 지키며 혼자사는 이들에게서 이어져오는 
같은 맥락의 어떤 기(氣)가 통하고 있음을 그 아이들에게서 느낍니다. 
이 어린 복사들을 볼 때 나도 서른 몇해 전 신부님 앞에서 저렇게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나면서 아련한 그리움에 가슴 뭉클할 때도 있고, 신학교에 가서 40명의 
급우들 중에 30명의 급우들과 제 부모의 친상에 참석한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그날 영구차 뒷자리의 40명의 내 급우들이 모두 내가 기댈 곳’ 이라고 생각하며 
힘을 얻었습니다. 제가 사제서품을 받던 날 저는 맨처음 첫강복으로 제의실에서 
하늘을 향해 울면서 제 부모님을 향해 강복을 드렸습니다. 
부모에 대한 순정과 효심을 그대로 순수하게 지니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우리들 신부와 수녀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도행전 4장 8절에서 12절 
요한복음 3장 1절에서 2절
요한복음 10장 11절에서 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