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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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의 산 밤   
      
      내가 잘 가는 시골에는 산에서 나는 밤이 참 맛있다.
      마치 설탕에 푹 담궜다가 꺼낸 듯 맛이 달짝지근한 것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알은 작지만 이 토종밤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어 왔다.
      
      요 얼마 전 누군가가 내게 그곳의 토종 산 밤을 구해 달라고 하기에 
      염려 말라고 하고는 그 시골로 갔다. 
      장날이면 밤이 잔뜩 싸여 있는 것을 보았던 터이라 별로 걱정을 안했다. 
      그러니까 동네 어른들께 부탁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계신 분을 
      찾아가서 부탁만 하면 되리라 생각하고 가 만나서 좀 구해 달라고 했더니 
      살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이곳의 산 밤들은 따는 즉시 팔아 버려야 된다며 
      벌례가 자꾸 퍼져서 그냥 둘 수 없다고 했다. 
      벌레들 때문에 못쓰게 되는 여러 경우들을 이야기 들었다. 
      나는 귀담아 들으며 서운함을 느꼈다. 
      밤은 보관이 문제라서 약품 처리를 한다는 이야기, 
      시골장에 늦가을에 나온 밤들은 일단 도시로 가서 약물 처리를 
      받고나서 다시 시골로 온다는 것이다. 
      퉁실하고 잘 생긴 우량종 같은 밤들을 늦가을에 장에서 
      구한다는 것은 몸에야 그렇게 해롭지는 않겠지만 
      여하튼 나무에서 딴 그대로가 아니라는 말에 참 서운했다.
      
      밤은 보관하는 기술이 아직 별로 발달되지 않아서 그냥 재래식으로 
      살짝 데쳐서 말리는 길이 상책이라고 했다. 
      벌레들이 밤 한 톨에 있다가 함께 모아 놓은 밤들 전체에 
      퍼지는 것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밤 한 톨도 도시에 갔다와야 제 꼴을 유지하게 된다고 하니 
      재미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의미 깊은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이 밤이 서울에 가서 약물 처리로 변신을 해야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말이 다른 의미로도 들렸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란 뜻으로 말이다. 
      소박한 밤들은 벌레에 약하다는 것도 역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었다. 
      밤을 제때에 다 팔지 못하면 또 한번 약물 처리를 해야지 안 그러면 
      그 속에 있던 알들이 남아 있다가 다시 부화한다는 이야기다.  
      밤 한 톨의 세상살이가 이렇듯 시골 사람들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시골의 산 밤 한 톨과 시골의 한 인생과 비교를 하면서 
      왜 그런지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는 야릇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