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민족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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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물 민족의 행복을 
      
      국물형 음식이 많은 한국의 식단을 들어 우리 국민을 국물 민족이라고 한다. 
      밥에 딸려 언제나 함께 하는 국, 어떤 재료로 만들든 미각을 돋구며 
      영양을 골고루 갖춘 각종 찌개, 물김치 등은 한국 음식의 표상이며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된장 찌개, 김치 찌개, 두부 찌개 등은 질리지 않는 
      우리 고유의 반찬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국물 반찬은 동양 사상의 
      깊은 곳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 말해야 맞는다.
      
      밥상에 오른 찌개의 수용성, 의미 등을 논할라면 한없이 풀어질 것이다. 
      그중 몇 마디로 그려 본다. 몇 인분의 찌개냐고 물을 때에 두서너 명, 
      서너댓명, 닐여듧, 열댓 식으로 얼버무려 답해도 통하는 수용력이 
      대단한 국물 반찬이다. 이러한 식단으로 사는 우리의 생활이므로 
      그 형성된 사고 방식도 국물적이라 보아야 맞다. 
      이런 우리의 국물적 사고 방식을 혹자들은 비평하기도 한다. 
      그 비평의 척도는 아마 서구적 논리나 수치의 셈본식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물 원리가 서양식 사고로 비평받을 아무 이유는 없다. 
      문화들은 그 지역 사람들, 환경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그 자연의 흐름 자체이므로 각자의 상식을 넓히는 가짓수로 보면 되지, 
      비평의 대상일 수는 없다.
      
      국물 반찬의 계산법은 우리의 독특한 계산법이다. 
      높낮이 없는 한 질인 국물 반찬, 개별적 신체 조건이 상호 작용되며 
      먹는 찌개, 그 분량과 맛도 어머니의 심층비법으로서 초월적이며 기적적이다. 
      이것은 인류의 진화선상 첨단 지점인듯 하다. 심적 요소의 진한 가미로 첨단 
      진화된 우리의 특성이 수치 계산 셈본 원칙론에게 밀려서야 될 말인가? 
      덕에 물들고 눈치가 깃들어 있고 상황 판단이 어우려진 우리의 국물 원리를 
      우리말고 누가 이해하겠는가?
      
      여기에 다정 다감한 우리의 민족성과 우아한 한국 여성의 원인과 
      남성의 풍요한 자비의 이유가 밝혀진다. 
      덕이 결여된 서구식 논리 소재를 교육 자료로 채택한 학계의 미성숙을 
      나무라며, 우리의 국물 정신을 우리답게 펴가며 한국을 살아보자는 소견이다.
      이 원리가 생활화될 때에 한국 고유의 가족적인 평화가 이루어질 것만 같다. 
      땅이 좁드라도 나누어 사고 팔며 살고, 적은 국민을 위한 정치 권력도, 
      얼마 벌어들이지 못한 외화도, 별로 개발하지 못한 물질 문명도 국물 정신으로 
      계산하며 국물다운 행복을 누리는 한국형 지상 낙원을 이룩해 보자는 말이다.
      (중앙일보 1990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