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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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들의 미소
      
      가끔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는 날이면 
      나는 어른 같고 할머니들은 애들 같다는 생각이 들곤 노인들의 미소했습니다. 
      자칫 할머니들을 어린애 취급하며 신경질이나 부리고 야단쳐도 될 듯한 
      생각이 든 때가 있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저를 좋아하는 바람에 
      할머니들 앞에서 잘난 체하다가는 다시 정신 차린 때도 많습니다. 
      노인들의 독특한 매력은 그윽하고 은근하고 편안한 사랑을 풍기는 주름살의 
      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인들이 웃으시는 모습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노인들의 웃음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세월 수없는 
      고통을 이겨 내시며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그 웃으시는 모습을 볼 때면 
      저의 눈에는 따뜻한 눈물이 고일 정도로 기쁨을 얻곤 합니다. 
      웃으실 때에 잔주름으로 뒤덮인 눈은 그 크기를 알 수 없듯 
      노인들의 기쁨도 한량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노인들이 웃으실 때에 들어나는 누런 치아도 그 동안 걸어온 모든 길을 
      용서하듯 편안해 보입니다. 웃으시는 노인들의 치아는 이제 더 이상 
      날카롭지 않을 것입니다. 웃으시는 노인들의 몸놀림이며 손동작이며 
      고개 움직임이 이상하게 저를 사로잡아 달래주는 누룽지 같은 구수한 
      힘이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아들 딸 사위 며누리 손자들을 
      다 보신 그 나이에 이렇게 시원하게 웃으신다는 것은 삶에 쫒기고 
      시달렸지만 결국은 웃을 수 있는 여유의 날이 온다는 것을 말해 주므로 
      저의 긴장은 절로 풀어지곤 합니다.
      
      노인들의 미소에는 두꺼운 책이 열댓 권 들어있어 보이고, 
      사계절의 아름다운 연속 사진들이 수없이 겹쳐 보이는 듯합니다. 
      노인의 웃음소리에는 오해 갈등 욕망 투쟁들이 드디어 해결되어 편안해진 
      정지를 알리는 훈기가 있습니다. 저는 노인들의 웃음이야 말로 저희들의 
      앞을 가꾸어 주는 고마운 정원사이며 제 삶의 푸른 신호등 같아 보입니다. 
      노인들의 미소를 사랑합니다. 노인들의 웃음을 존경합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멍한 머리를 저으며 하루를 맞아 보려고 
      정신을 차리려 하는데 벌써 일찍 일어나 약수터 다녀오시는 할버지들은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아침동네를 열어 주십니다. 
      젊은이들의 하루를 눈으로 보호하고 마음으로 들어주고 생활로서 응답해 
      주시는 노인들의 웃음소리는, 오늘 하루도 옛과 다름없이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하루이니 오늘의 삶을 또 한번 밀어 나가라고 일깨워 줍니다.
      자 일어나 하루를 향해 나아갑시다. 아침 하늘이 열렸습니다. 
      우리들보다 먼저 오늘을 살아 보신 우리의 노인들이 
      우리들에게 미소 지으며 사시는 말씀이 들리는듯 합니다.
      
      “한평생 살아온 이 내가 이 나이에도 자 이렇게 웃을 수 있지 않은가. 
      세상이 험한 줄 내 잘 알고 있네만, 오늘 하루를 또 지내 보라구. 젊은이, 
      그리고 말일쎄, 먼 훗날엔 내 대신 자네가 미소 지을 차례라네.”
      “이 다음에 자네가 미소 지을 때에는 그 미소 속에 오늘 내가 지은 
      미소까지 합해서 미소 지을 것을 부탁해도 되겠지? 고맙네, 
      오늘 하루 힘 있게 시작해 보라구.”
      
      우리의 노인들이 직접 이런 말을 하는 것보다는 몇 달 전에 함께 지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웃음진 그 날 하루의 모습들이 오늘 제 마음의 귀에 
      이렇게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우리의 노인님들을 존경하며 사랑합시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를 멋쟁이 노인들을 생각하며 밝게 살도록 합시다.
      (아침 방송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