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속의 어느 구석에 있는지
ㆍ조회: 1551  

      나는 책속의 어느 구석에 있는지
      
      넓은 대자연의 아름답고도 시원한 경치, 모든 것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이 넓은 들에 나와서 나는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휘저어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거추장스러운 것이란 없었습니다. 
      나의 팔과 다리가 너무 작다고 느꼈습니다.
      몇 번 휘두르며 마음대로 돌다가 이 너른 풀밭에 큰 대자로  
      양팔과 다리를 되도록 멀리 늘려서 누웠습니다. 
      너무나 편안했습니다. 자연은 나 하나가 눞기에는 너무나 넓었습니다. 
      자연은 나 하나가 끌어 안기에는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나 하나가 자연과 벗하여 놀기에는 너무 방대한 상대라고 느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 하나가 대항하여 따지기에도 너무 엄청난 상대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외쳤습니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누구라고 말할 수 없다면 너는 어떤 것이냐? 
      너는 무엇인데 나보다 웅장하고 방대하냐? 
      그래도 그렇지, 너는 나보다 너무 거대하지 않느냐? 
      나의 머리로 우주 공간도 생각했고 
      지구라는 덩어리도 마치 눈앞에 놓인 듯 느꼈는데 
      너 자연은 이렇게 내 앞에 거대하게 펼쳐 있으면 난 어떻게 해!”
      
      “나는 모든 내 책을 덮어 버렸다. 
      그 중에서 단 한 권의 책은 모든 사람 앞에 펄쳐져 있다. 
      그것은 자연이라고 하는 책이다. 
      이 위대하고 숭고한 책에 의해서만 우리는 그 신성한 창조자에게 
      봉사할 수 있고, 그 창조자를 높이는 것을 배운다.”고 말한 루소의 말로 
      자연 대신 내가 나에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책중의 책, 성경을 낳게 한 넓은 책, 아니 가장 큰 책,  
      우리는 아예 이 책 위에서 모두가 함께 살고 죽고 있습니다. 
      도대체 나는 이 자연이라는 책의 몇 페이지 몇째 줄 몇째 글자의 
      어느 획에 속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왜 이 책은 읽기가 어렵고 무엇을 이 책은 알리고 있는지...
      
      하느님, 
      이렇게 큰 책을 만드시고 출판 기념 파티는 언제 하셨는지요? 
      초판이자 마지막 판인지요? 
      어떻게 당신은 이 많은 글자들을 생각해 내셨는지요? 
      사람이라는 글자, 나무라는 글자, 구름, 물, 풀, 바람이라는 갖가지 글자들 
      또는 획이나 점들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 내셨는지 신기합니다. 
      ‘나’라는 작은 글자가 이 큰 책의 한 점을 차지하고 
      지금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합니다.
      이 점이 죽으면 이 자리를 다른 점이 대신 하겠지요. 
      그러면서 이 방대한 책은 계속 어떤 내용을 살려가고 있겠지요. 
      하느님께서 의사표시를 이렇게 다양하게 하셨으니 나같은 
      작은 두 눈망울로 어디 시원하게 읽어 나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저는 애를 먹을 때가 많다 이겁니다, 하느님.
      
      “신부님, 하느님의 존재가 아무래도 제겐 와 닿지 않습니다.”
      또는 “저는 믿음이 생기지가 않습니다.” 
      혹은 극히 시시한 내용으로 “저는 남자 친구가 나더러 약속 안 지켰다고 
      화를 내서 지금 속상해 죽을 지경이예요.”와 같이 꽉 막힌 작은 인간들이 
      저 같은 작은 인간에게 와서 항의를 하거나 도전을 하는 게 아닙니까? 
      사실 저보다 작은 글자들이 간혹 이렇게 대들 땐 
      정말이지 암담하다 이겁니다, 하느님.
      
      하느님, 당신이 책임지는 편이 낳겠어요. 
      좀 책을 써도 자그마하게 우리가 감당할 정도로 쓰시지 않으시고 
      뭐 이렇게 엄청난 책을 쓰셔서 공연히 당신은 인정을 못 받으십니까? 
      그리고 제 생각으로 좀 답답하게 느끼는 점은 이렇습니다. 
      기왕이면 이책의 어디에다 확실히 “저자명은 하느님이다.”라든지 또는 
      “출판일은 언제다.”라든지 등을 써 놓으셨으면 될 걸, 왜 안 쓰셨습니까?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고 세상은 저절로 낳다지 않습니까. 
      하느님, 죄송합니다. 뭐 시시한 소인의 의견이었습니다. 
      이렇게 감히 의견을 여쭙는 저 역시 작고도 작은 인간이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좌우간 많은 사람들의 입들이 그렇게들 말하며 
      또 그런 말들을 듣는 시시한 점들이 있더라는 겁니다. 
      당신 말씀대로 모두 용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거대한 자연이라는 책은 언제나 많고 많은 여러 진리들을 머금고 있으며,  
      그 한없는 내용을 알아보려는 이들을 당신은 언제나 기다리고 계시다는 
      소식은 예수님을 통해 이미 들었습니다.
      
      “어떤 인간이 나무를 창조했느냐? 어떤 인간이 물을 창조했느나?” 
      그리고 책은 계속해서 말합니다. 
      “나의 저자는 하느님, 나의 출판날은 날들이 생기기 이전의 날, 
      나의 재판(再版)은 온 세상을 재판(裁判) 하시는 날, 내가 담고 있는 내용은 
      하느님의 가르치심. 너는 지구 페이지의 아세아 줄에서 
      앞에 있는 둘째 글자의 세째 획의 그 일부중의 한 점이라는 것을 알아라.” 
      그리고 이 책은 더욱 강조하는 목소리로 계속합니다.
      
      “나를 가장 잘 읽었고 가장 정확하게 해석한 선생님이 있었단다. 
      그분의 이름은 예수였다. 그분은 자연의 사물을 비유로 
      얼마나 예를 잘 들었던지 성경을 보아라. 
      성경은 바로 큰 책인 나의 내용 중에 극히 작은 부분을 뽑아 
      사람들의 눈에 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응답하였기에 나는 할 말을 잊고 말았습니다. 
      누가 이 책을 오늘 다시 큰 소리내어 읽어야 합니까? 
      “이 책을 읽읍시다.”라고 어디에 가서 외쳐야 통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