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을 존경한다
ㆍ조회: 1231  

      나는 여성을 존경한다 
      
      아가씨들이 “신부님, 신부님은 여자들을 어떻게 보세요?”하는 
      질문을 가끔 한다.  아마 아가씨들은 자기들에 대해서 좋은 말을 듣고 
      싶은 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여러 말을 하면서 
      그중 몇 마디만 입을 빌려서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
      너는 마음씨가 고와 보여.”라든가 “나는 여성들을 존경해.”라는 
      추상형의 말들을 주로 하게 된다.
      이젠 추상의 세계로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나도 인정 한다. 
      
      나에게 남아있는 가장 관계가 깊었던 여성은 나의 어머니뿐이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지도 이십 년이 훨씬 지났으니 기억하려면 아련한 마을, 
      가물거리는 집의 어렴풋한 식구들을 찾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울 수 없는 이 아련 가물 어렴풋한 추억은 나의 기초 바탕이라고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에 가는 아침이면 형님, 
      누나들이 순서를 지키며 어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 
      나는 막내였으니 한참 기다려야 했다. 내 차례가 오기 바로 전에 속으로 
      깊이 느껴 오는 것은 ‘어머니는 옷해주고 밥해 주고 가르치고 돈주고 
      참 힘든 일을 하시는구나. 불쌍하다. 안됐다’라는 생각이었다. 
      정작 내 차례가 오면 “너도 뭐 또 말할 게 있니?”하는 순간 
      “아뇨! 어머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는 재빠르게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실에서 선생님이 “기정이 오늘은 월사금 가져왔어?”하고 
      야단을 치면 나는 인상을 괴상하게 지으며 입을 비죽하게 내밀곤 
      비실비실 일어나서 뒤로 가 손을 들고 벌을 서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벌을 자주 선 편이었다. 바로 그런 벌을 설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던 것은 ‘어머니, 나 엄마  사랑해. 차라리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벌을 서고 단 한 번만 어쩔 수 없을 때 이야기할게. 
      그 동안은 엄마, 내 걱정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있어야 돼. 
      나, 엄마를 위해서 벌을 즐겁게 받을래.’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가셨다. 
      그 날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는 순간 “너 이리 와! 회초리도 갖고 와!” 
      -동네 나가서 싸워 이기면 약한 애들 건드린다고 매맞고, 
      지면 사내가 못나게 맞고 돌아 다닌다고 매맞고 하던 때라서- 하는 
      호령에 ‘내가 무슨 맞을 짓을 했나 보다. 맞아 보면 알겠지 뭐.’하고 
      회초리를 가방 뒤에 감추고 어기적어기적 다가섰다.
      “너는 병신 같은 게 할말도 못하고 살아! 
      사내로 태어난 게 챙피하지도 않아?  왜 말을 못해! 제 어미한테도 
      말 못하는 놈이 밖에 나가서 무슨 말을 제대로 하겠어!”나는 알아챘다. 
      선생님이 집에 들렀다 학교에 온 후 나를 부르며 어깨와 머리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주신 그 의미를 깨달았다. 
      
      “왜 말 못했는지 말해봐!” 나는 무릎을 꿇고 “ 엄마, 저는 형님, 
      누나들이 이야기하는 걸 기다렸다가... 그 동안 난... 
      학교에서 벌을 서면서 엄마를 위해 성모송을 몇 번이나 바치고..”
      하면서 어머니를 사랑하다는 호소를 곁드리며 설명하던 중 이해가 
      가는 바로 그 순간 엄마는 나를 와락 끌어안으면서 흐느끼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눌려서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엄마는 힘이 세셨다. 
      나는 안긴 채 손으로 엄마의 등을 쓰다듬었다. 엄마는 나를 안은 채 
      “기정아, 너 이담에 훌륭한 사람 꼭 되어야 해 알았지?” 
      나도 “그래, 엄마 알았어.”하고 말했었다.
      
      나는 그래서 지금도 모든 엄마들은 다 우리 엄마 같은 존경스러운 
      분으로 굳혀 있고 모성이 여성의 것임을 감탄하며 여성들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