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함께 사시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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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과 함께 사시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시냐구요!”
      지금 이 순간 어느 일부에서 들려 오는 소리가 있는듯 합니다.
      “안녕? 좋아하시네. 안녕하지 못하다, 왜! 안녕이 무슨 안녕이야! 
      괴롭고 지루해서 지겨워 죽겠구면. 라디오 꺼!” 하시며 
      혹시 돌아 누워 버리는 환자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러셔두요, 저야 뭐 인사를 중단할 수 없지요. 
      저는 더 강하게 인사드릴 건데요? 라디오는 왜 꺼요! 켜시라구요 켜요! 
      괴롭구 짜증 나니까 라디오라도 들어야지, 뭘 그래요! 
      괜히 신경질이셔.”라고 야단이나 잔뜩 칠걸요? 전? 만성병에 시달리시는 분,
      신경 마비로 누워서 꼼짝 못하시는 분, 교통사고로 몇년째 신음하시는 분, 
      그리고 산업 재해로 별난 병으로 누워서만 사시는 분, 그 외 다른 병으로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시는 분, 모두에게 
      안녕하시냐면서 인사올립니다.
      
      저의 목소리에 분홍색 케쥬얼 옷을 입혀서 보내렵니다. 
      저의 음성에 박하향을 먹여서 띄우렵니다. 그리고 제 말의 모습에 산 속의 
      싱그러움을 실어 올려 드리렵니다. 뭐 제가 시를 낭송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글쎄요, 이런 보드럽기만 한 인사는 이 순간만 달콤하게 해드리는 
      인사법이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왜 그런지 저 자신이 기교를 입은 
      허위로 제 안면만 살리려는 듯한 가책이 든다 이겁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인사를 다시 드리자면, 우선 제 얼굴에서 걱정하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워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또랑또랑하고 경쾌한 기분으로 화장을 
      한 후, 제 말 속에다가는 탄력 강하고 질기디질긴 특수용수철을 잔뜩 실어서 
      여러분 모두에게 하나씩 강제로 선물 드려야 되겠습니다.
      용수철이 얼마나 쓸 데가 많은데요. 특히 지루하다든지 심심하다든지 
      짜증 난다든지 하시는 분에게는 이 용수철 선물이 제일입니다. 
      뭐 용수철을 장나감처럼 그저 드리는 건 아닙니다. 
      제가 드리는 이유는 이 용수철하고 싸우시라는 뜻입니다. 가만 있어 뭐합니까! 
      손이 없어서 못 싸우신다고요? 힘을 전혀 못 쓰시겠다고요? 
      이거 왜 이러세요! 언제 제가 진짜 용수철을 드렸습니까? 
      그런 실제의 용수철은 침대 공장에서나 쓸 테고요, 
      저는 정신적 용수철을 이렇게 말로 선물 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몸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해도 정신은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보다 정신으로 더 많은 일을 하셔야 합니다.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그 많은 시간에 무얼 하십니까. 정신 활동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왜 가만히 두어 미치게 하거나, 짜증스런 것만 생각해서 
      썩이거나, 오해나 실망을 일으켜서 정신을 망쳐버리고 계십니까? 
      여러분은 정신을 시시한 소모품으로 보지 마세요. 
      천만에요, 정신은 오히려 영원하고 대단한 주체입니다. 
      그러니 그 정신으로 말이지요, 해야 할 일들을 매일 뭐든지 만들어 나가 보세요. 
      옆에 있는 다른 환자를 정신으로 간호해 줄 수도 있고, 정신으로 
      자녀들 학교에 방문 갈 수도 있고, 못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몸은 비록 그렇다 쳐도 정신 활동의 활성 요소를 찾으세요. 보세요, 
      환자들인 여러분에게 누가 몸으로 일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사람에게는 물론 몸도 중요해요. 
      몸이 약하다고 못된 놈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몸이 멀쩡해도 몹쓸 놈, 못된 놈이라고들 합니다. 더구나 
      정신 활동을 했다고 책임지라 할 사람 세상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땅 투기 했다고 과태료 낸 사람 한 번도 못봤습니다. 
      그렇다고 또 정신적으로 좋은 일 많이 했다고
      세상에서 시상받은 걸 본 적도 없습니다. 
      그만큼 정신 활동은 자유입니다. 해방입니다. 
      채벌이나 시상으로부터 떠난 완전한 자유입니다. 
      문제는 바로 이 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상벌을 받는 대상으로 사실라 치면 
      육신에 대해 죽도록 고민하십시오. 
      그렇지만 하느님에게 상벌을 받을 대상으로 사실라 치면 
      이 때야말로 정신 활동에 신경을 쓰십시오. 
      이런 점을 이미 깨친 사람들은 자신의 병상 생활로부터 
      80퍼센트 이상은 회복한 겁니다. 
      
      만성 병환으로 계시는 여러분, 사는 동안만 써먹고 죽으면 
      곧 썩어버릴 남들의 육체를 너무 부러워하지 맙시다. 
      여러분은 여러분 상태에서 활력을 찾아야 해요.
      건강하신 일반인들께서는 장기적인 환자들에게 
      너무 안쓰러운 얼굴을 하지 마세요. 
      그저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듯이 
      그 중에 누워서 병으로 사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이처럼 수평적으로 생각토록 합시다. 
      누워 사시는 여러분, 너무 약해지지 맙시다. 성한 몸이지만 
      삶에 지쳐 심적고통으로 괴로워 우는 불쌍한 사람들도 많고요,
      병에 걸린 적이 없어 약한 인간의 현실을 무시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는 무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병약자나 건강한 자 모두 활기 찬 정신으로 흥쾌한 
      마음 지니는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아침 방송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