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서 풀려난 그리스도, 작가미상 , 12세기 중엽, 나무

이 조각상은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의 육신을 끌어내리는 비극적인 장면을 표현하는 
여러 조각품들 중에서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이 광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중앙부에 십자가가 있고, 양쪽에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못 박혔던 두 남자의 
팔과 다리를 풀어 주고 있다. 땅에서는 몇몇 제자들과 함께 눈물에 젖은 어머니가 
그를 받아 내리려고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장면이 형상화되어 있다.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고, 게다가 사지에 못이 박혀 고통을 받았던 그의 육신이 
앙상한 갈비뼈를 통해 잘 느껴지고 있으며, 또한 그 순간의 격정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런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감긴 눈의 얼굴에서는 그가 죽음 속에서 평화를 찾았음을 
보여주는 듯, 깊은 평온함이 배어 나오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리스도의 수염과 머리카락은 뱅뱅 돌려 만든 귀여운 곱슬 형태로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돌돌 말린 듯 주름 잡힌 수의는 앙상한 그의 몸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또한 조각된 근육 하나하나에는 십자가 위에서 천천히 진행되었던 임종의 고통을 겪는 동안, 
이를 견뎌 내기 위해 그가 행했던 모든 노력이 잘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