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의 피에타, 앙게랑 카르통, 1455년, 템페라, 163 x 218cm

중세회화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서 오랜 논란 끝에 카르통의 작품으로 인정된 그림이다. 
대담하리 만치 단순화되고 절제된 형태, 명도 높은 빛의 사용 등은 모두 15세기 
플랑드르파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이는 <불봉의 제단화>, 디프레의 <성모의 현신>, 
그리고 약간이나마 리페링스의 후기 작품 <그리스도의 책형>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왼쪽에 기도 드리는 인물에는 플랑드르 회화기법의 주요 특징인 정밀한 초상화법이 적용되었다. 
인물들은 화려한 금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상아빛으로 입체감 있게 묘사되었으며, 
어슴푸레 보이는 지평선에 보이는 환상의 거리는 이슬람 풍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의 형태는 전형적인 "피에타"의 도상을 따르고 있는데, 
그리스도를 둘러싼 세 인물은 천개(天蓋)와 같은 모양을 띠며 그리스도 위로 몸을 구부리고, 
한 쪽에는 혼자 무릎을 꿇고 기도 드리는 한 인물만이 수직의 구도를 지니고 있다. 
이미 핏기 없이 어두운 빛을 뜨고 힘없이 늘어져 있는 그리스도의 시신은 검은 옷을 입은 
성모에게 안겨 대칭적인 아름다움과 종교적 비장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