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루블레프(Andrei Rublev)
1410경, 목판에 템페라,142×114㎝, 러시아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동방 그리스 정교회 부활의 시기에 성장했던 
안드레이 루블레프(1360-1430경)는 러시아 최고의 성상화가가 되었다. 
그는 러시아의 고로데츠에 거주하던 프로프호르에게서 화가 교육을 받았으며, 
그리스인 테오파네스와 공동으로 모스크바 수태고지 성당을 
장식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루블레프는 전통적인 러시아 비잔틴 성상화의 
엄격한 형식 · 색채 · 표현을 버리고, 성 세르지우스 라브라에서 
수도사로서의 금욕적인 삶을 통해 함양된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정립했다.

이 작품은 그려진 직후 곧바로 중요한 그림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이 그림의 구성은 재빨리 모방되었고 널리 퍼졌다. 
모스크바의 교회 공의회는 심지어 이 작품을 이상적인 성 삼위일체 그림이라고 
공식 법규에 기록하기도 했다.

이 그림은 창세기 18장에 기록된 세 명의 천사가 마므레의 아브라함에게 나타난 
이야기를 참고했고, 그래서 <아브라함의 환대>라고도 불린다. 
루블레프는 삼위일체—신학자들에 의해 수없이 논쟁이 이루어졌던—에 관한 
복잡한 사상을 전해주기 위해, 이 이야기의 서사적인 요소들을 묘사하는 대신 
단 하나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선택하였다.

이 성상화는 성부 하느님, 성자 예수 그리스도, 성령으로 이루어진 
신약의 삼위일체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경우 성배는 성찬식에 해당된다. 
세 명의 인물들이 모두 들고 있는 지팡이는 그들의 신성을 의미한다. 
평화롭고, 조용하며, 명상적인 이 작품에서 루블레프는 자신의 솜씨를 
혁신적으로 적용하여 열정적인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