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1.
       살아온 시간이 낯설고
       몸담아온 공간이 낯설고
       함께해온 사람들이 낯설어
       시공간이 부담스러운
       나는 지금 이방인이다.

       부정(否定)할 수 있다면
       그래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아주
       우하하게
       고상하게
       멋들어지게
       운율이 맞아떨어지는
       시 같은 
       애비가 되고 싶다.

       사람들은 이별에다 
       서글픈 가락으로
       한껏 아름답게 음색을 덧칠 한다.
       그런 것은 이별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비바람일 뿐.

       갈라진 땅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쏟아내는 절망으로
       찢겨진 가슴에
       하늘의 비수가 내리 꽂히고
       각혈로 죽음을 싸안는 
       장엄함이 이별이다.

       2.
       왔으니 가야하지만
       가고 옴에 순서가 있고
       순서가 순리인데
       자식이 내던져버린 순리에 맞아
       애비는 세상 밖으로 나뒹굴어졌고
       나는 지금 이방인이다. 

       그 아이와 함께했든 날들이
       추억의 디딤돌로 와
       마음을 아릿하게 흔들면
       추스를 수 없는 감정은 끝내 
       욥처럼 태어난 날을 저주한다. 

       주위는 적막해져가고 
       자아도취에 젖어드는 나날들
       인생사 헛되고 헛된 줄 
       일찍이 알았지만
       전생에 무슨 행악을 지었기에
       이생의 업보가 되어
       자식 만장(輓章)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탄하는 가. 

       살았어도 산 것이 아니라면
       삶이 없는 죽음을 
       죽음이라 할 수 없고,
       죽음이 없는 삶을 
       어찌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니.......
       삶도 죽음도 없는 한 많음이여
       존재의 이방인이여

       2014. 4, 5
       장홍주 사도요한 (아들을 가슴에 묻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