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죽음 

『상쾌한 죽음』 이것은 데라다 마사치까寺田親正박사 신부님의 저서 제목이다. 
지난여름에 직장을 요양원으로 옮기고 나서 제일 먼저 찾아 읽은 
-밝아 오는 아침- 이라는 부제의 작은 책이다. 

죽음은 신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신앙자체가 이 세상보다는 저 세상에서의 영원한 삶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만약 죽음이 없다면 신앙은 자동 폐기 되어야 할 법안처럼 
어쩌면 인간세상에서는 필요 없는 단어가 되었을 것이리라.
 
인간이 영원히 산다면 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가히 상상조차도 쉽지 않다. 
이렇듯 숙명적인 죽음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 생명의 중단, 마지막,
이별,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 등등 - 정녕 가보지 않은곳이기에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나약한 인간 본래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살아간다는 이름으로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고, 
죽음은 그야말로 숙연하다. 신앙인의 죽음은 조금 다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죽는 모습은 큰 차이가 없다고 호스피스의 어머니로 불리는 정신과 의사 
‘큐블러 로스’가 언급한 바 있어 처음엔 의아했다. 
그러나 나는 신앙인의 죽음은 확연히 다름을 경험하기에, 확실히 다르다고 믿고 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의 사랑은 무한하고 구원사업은 결코 헛됨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 지인의 아버지가 심한 치매를 앓아 가출을 하였는데, 어느 날 새벽 
성당 문 앞에서 쭈그리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잠든 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영혼이 비몽사몽 간에서도 주님의 뜰을 거닐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노수녀님도 치매를 앓고있는 중에, 성당 종소리만 들려도 옷을 매만지며 자세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는 습관적으로라도 합장하는 기도에 의하여 사랑의  
은사를 받고 고요하고 평화롭게 눈을 감을 것을 지향하면서. 이미 정신 줄을 놓은 
어르신들의 두 손을 잡고 주모경을 바치기를 즐거이한다.
다가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가운 손님으로 맞이하려고 한다면, 
하늘을 향해 열려진 마음속에서 지속적인 기도의 응답으로 주님께서는 반드시
미천한 기도도 기억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죽음을 ‘사랑하는 자매’라고 불렀고,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노스는 “찬란한 죽음이여 한 번만의 아침!” 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보이지 않는 주님의 숨결과 손길이 느껴진다. 죽음은 한번 겪고 나면 
부활의 아침이 밝아오기에 찬란할 수밖에 없을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죽음은 결코 마지막 종착역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통과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다림 속에 준비된 죽음은 은총이고 더 없는 사랑으로 인한 
더욱 훌륭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학자 파브르(Fabre)는 
나는 신은 믿지 않지만 날마다 실험을 통하여 신의 존재를 확신한다고 했다. 

모든 낙하는 한없이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위대한 손이 있다. 
상쾌한 죽음은 주님의 위대한 손과 준비하는 자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가톨릭 문인회 김 연희(크리스티나, 가톨릭 마산, 18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