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 
우리는 그림을 감상할 때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뒤로 물러서지도 않나이다. 
항상 적절한 거리를 두고 감상하면 되나이다. 
그것은 작가의 창의성과 생명력이 그 쯤 거리에서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이나이다. 

무릇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흡사하나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사랑으로 이루어지나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행복하고 사랑으로 불행하나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웃고 사랑으로 우나이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물질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나이다. 

참으로 진실한 사랑은 그 사람의 자유를 가장 귀하게 여기나이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며 존재의 이유이나이다. 
사람은 이 자유로서 선을 택할 수도 있고 악도 저지를 수 있나이다. 

진실한 사랑은 자유의 행사를 물리적으로 미리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격려하고 용서하며 이해하나이다. 
따라서 아무리 순수하고 애절한 사랑이라도 
그 사람의 자유를 침범하면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 되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그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고유한 영역인 
자유와 주체의 영역 안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소서. 
마치 태양이 지구와의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므로서 
지구의 생명들이 살아 생동하듯 
나의 뜨거운 사랑과 열절한 관심을 자제함으로서 
그 사람의 맥박이 고르게 뜀박질 하게 하소서.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치지 마시고 
그 사람이 아무리 나쁘다 하더라도 머리 싸매고 드러눕지 마소서. 

사람의 선보다 더 귀한 것이 그 사람의 존재이며 
사람의 악보다 더 소중한 것이 그 사람의 생명이 아니더이까 ? 
참으로 인간관계란 너무 가까이 있어도 상하게 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깨어지게 되나이다. 
컵의 물도 너무 가득 채우면 마시기에 불안하고 
반대로 너무 작으면 갈증만 더 하듯이 말입니다. 

하오니 님이시여 ! 
나의 부족한 사랑을 반으로 채우시고 나의 넘치는 사랑을 반으로 줄이소서. 
참으로 사랑이란 모자라도 탈이고 넘쳐흘러도 탈이 되나이다.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 어려운 것이 없으리이다. 

님이시여, 
아무리 힘드시더라도 님의 인생이 끝나기 전까지 
지혜롭게 님의 사랑을 완성하소서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