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물과 기도           

내 나이 이제 이십 대 중반. 보통 사람이라면 찬란한 미래를 위해 분주히 
활동할 때이지만 난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어 날마다 방 안에 누워 있다. 

나에게 불행이 닥친 건 1997년 6월 19일.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던 길에 마주 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우리를 덮쳤다. 
친구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내가 문제였다. 
의사 선생님은 “목 신경을 크게 다쳐서 평생을 누워 지내야 합니다.
 양쪽 팔과 다리도 많이 부러졌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중환자실에서 신경이 살아나도록 머리에 구멍을 뚫어 추를 달고 
천장만 바라보면서 지냈다. 
그런데 그 치료가 끝나자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한단다. 
수술을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왼쪽 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난 “엄마, 내 왼쪽 다리 어디 갔어요?” 하며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사고로 네 다리가 심하게 부러졌는데, 
그때 혈관을 막아 발가락부터 차츰 썩어 들어가 골수염이 되었단다.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네 생명이 위험해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어.”
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난 삶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런 모습으로라도 살아 준 걸 감사하는 어머니 때문에…. 

그 뒤 어머니는 내 모든 것을 다 처리해 주셨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두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주셨다. 
그렇게 어머니께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해 주신 덕분에 
신경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팔도 약간씩 움직일 수 있었다. 

희망이 조금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또 다른 불행이 우리 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내 모습을 보고는 날마다 술로 괴로운 마음을 달래셨다. 
급기야 양계장 일은 어머니에게 다 맡기고, 
내 명의로 차와 휴대전화를 사더니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몰래 땅을 팔아서 돈을 다 써 버린 것을 알게 됐다.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지은 집을 담보로 농협에 돈을 빌려 쓰고는 
갚지 않아 집으로 독촉장까지 날아왔다. 
동네에는 아버지가 다방 여자와 바람피운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정말 기가 막혔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아버지는 엇나가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나 때문에 아버지가 방황하게 된 것이기에….

그 후 농협에서 집을 압류하겠다는 통지서가 날아왔고, 
결국 집을 팔아 빚을 갚았다. 겨울에 이사를 했는데 집이 너무 오래 되어 
외풍도 심하고 벽이든 천장이든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시청과 공동모금회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집을 고쳐 주었다. 또 내가 이동하기 편하도록 
경사로도 만들어 주어서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종일 집에만 있으려니 갑갑했다. 그래서 컴퓨터를 무척 배우고 싶었는데 
때마침 체신청에서 도움을 주셔서 하루 세 시간씩 선생님으로부터 
포토샵, 엑셀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경북교통장애인협회에서 주최한 정보화경진대회에 참가해 
컴퓨터 활용능력 부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내가 상을 받는다니까 어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글썽이셨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으로 십 년간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때마다 세상을 원망하고 나 자신을 학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좁은 방 안에 내 몸과 마음을 가두어 두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에겐 깊은 사랑으로 돌봐 주시는 어머니가 계시고 
따스한 사랑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싶다. 
우리 모자에게 모진 고통을 주었지만 아버지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실수하신 것이리라. 
하루 속히 아버지가 방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 월간《좋은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