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혼자 편안한 것보다 교환속의 고통이 더 소중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모든 인간은 각자의 행복을 끊임없이 추구해 가더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락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가나이다. 
어떤 사람들은 돈으로, 어떤 사람들은 권력으로, 어떤 사람들은 명예로, 
어떤 사람들은 이기적 사랑으로, 어떤 사람들은 자존심으로 
자신만의 행복한 영역을 넓혀 가나이다. 

하오나 님이시여,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구상이나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잠시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면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지구가 매일 돌면서 해가 뜨고 지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며 
봄과 여름이 끊임없이 자리바꿈 하나이다. 

이세상의 절대적인 이치는 나의 안락한 공간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이웃과의 부닥침으로 강하게 몰아가고 있나이다. 
이 사람과 헤어지면 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저 사람과 헤어지면 그 사람과 만나게 되나이다. 
이웃과의 부닥침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며 
기호적인 것이 아니라 운명적인 것이나이다. 
이러한 이웃과의 부닥침에서 아픔과 고통이 일어나며 
미움과 증오의 가슴앓이를 하게 되나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의 원인이 본인 안에서 일어나는지 
이웃 때문에 그러한지 판단하는 것이나이다.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나서는 사람은 분명 착한 사람이오며 
반대로 끝까지 이웃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나이다. 

겸손의 님이시여, 이웃은 단지 나를 넘어뜨리는 동기부여만하지 
나의 고통의 일차적 원인이 아님을 부디 인정하소서. 
이웃의 어떠한 죄도 용서하지 않으면 내가 불안하듯이 모든 문제를 
자기 잘못으로 돌리기까지 나에게는 진정한 평화가 없으리이다. 
이웃은 그 누가 뭐래도 원수인 동시에 축복이며 
나의 완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함 그 이상의 존재이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돈과 권력과 명예와 자존심의 자물쇠를 겸손의 열쇠로 열어 놓으소서. 
어차피 부닥치면서 부서져야 할 영역이라면 
남이 열고 들어오는 것보다 본인이 먼저 열어 놓고 
이웃을 초대하시면 훨씬 편안하리이다. 
이웃을 도둑으로 만들지 말고 손님으로 맞아들이소서. 

님이시여, 
이웃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우시나이까 ? 
이웃 때문에 그 얼마나 아프시나이까 ? 
부디 힘을 내소서, 부디 용기를 잃지 마소서. 
이웃 앞에 무릎 꿇어 그 사람을 얻으시고 
이웃들 앞에 무릎 꿇어 무한한 우주 품으소서. 
님께서는 능히 하실 수 있으리이다.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