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8일 금요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마르2,8-11)


혼자서 걸을 수도 없는 중풍 병자를 죄의 용서를 통해서 
일으켜 세우신 예수님은 찬미 받으소서. 
오늘 우리가 예수님을 스승이요 주님이라고 받들어 
섬길 수밖에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한발도 내디딜 수 없는 
중풍병자를 惻隱之心으로 지켜보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 앞으로 그를 데리고 가면 
틀림없이 그를 일으켜주시리라 믿고, 
지붕까지 뜯어내고 그를 예수님 앞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친구의 병고를 함께 나누려는 
그들의 따듯하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예수님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의 병을 치유하신 것이 아니라 
죄를 용서하셨습니다. 
그에게 자유를 주셨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기쁨을 주셨습니다.

무관심이 죄입니다. 이기심이 죄입니다. 
탐욕이 죄입니다. 독선과 아집이 죄입니다. 
시기질투와 모함과 이간질이 죄입니다. 
거짓과 허위의식이 죄입니다. 
죄는 우리 자신을 가두는 감옥입니다. 
죄는 우리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입니다. 
탐욕과 독선과 아집의 감옥에 갇혀서 
무관심과 이기심의 사슬에 옭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기껏 시기질투하고 모함과 이간질을 하고 
싸우고 다투고 빼앗고 훔치고 죽이다가 
스스로 멸망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이곳에 하느님은 계시지 않습니다. 
이웃과 형제는 없고 적과 원수만 있습니다. 

예수님, 
오늘 저희들은 이런 모습으로 삽니다. 
심각한 중풍 증세로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지옥을 만들면서 삽니다. 
중풍병자를 일으켜 세우신 당신만이 저희들의 희망입니다. 
중풍병자를 일으키시듯이 지금 저희가 누워있는 
탐욕과 무관심과 이기심의 요를 걷어들고 일어나 
사랑과 용서의 길로 걸어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다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감사하게 하소서.(一明) 

    ▒ 마산교구 강영구 루치오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