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사순 제 2 주일

 

 박씨부인전   

글 : 최인호 베드로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루가 9장 28-36절)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은 조선 후기에 나온 작자미상의 고대소설입니다.
인조반정의 공신이자 병조판서였던 이시백(李時白)이 나오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박씨부인입니다.

첫날밤에 박씨가 천하의 추물인 것을 알고 
시백은 물론 가족들도 비웃고 욕을 합니다.
박씨는 하는 수 없이 별당을 짓고 그 속에서 홀로 살게 됩니다.
그러나 시백은 박씨의 영특함으로 마침내 장원급제를 하게 됩니다.

점차 아내의 총명함을 알게 된 이시백은 어느 날 아내가 
액운이 풀려 일순간에 절세미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에 가족들의 사랑을 받게 된 박씨부인은 마침내 
호왕(胡王)을 물리침으로써 왕으로부터 
'충렬부인'에 봉함을 받는다는 이야기인데,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뭐니뭐니 해도 추물에서 일순간에
절색으로 탈바꿈하는 "변신(變身)'에 있습니다.

이 극적인 모티브 때문에 이 소설은 그대로 TV에서 
<별당아씨>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십여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잊을 수 없는 꿈을 꾼적이 있습니다.
꿈속에서 어머니가 허물을 벗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내가 아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나를 낳으셨으므로 어머니의 모습은 
늘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꿈속에서 본 어머니의 모습은 아름다운 성처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계셨습니다.

우리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아들딸입니다.
"낳고 죽는 일이 없고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도 없는 
천사들"(마태22,30)인 것입니다.
그 천사가 복녀(福女)라는 이름으로 어느 날 내 어머니로 오셨다가 
낡은 인생의 허물을 벗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신 모습'으로 변모하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실제 모습임을 몰랐던 베드로는 
자기도 모르게 얼빠진 말이나 하게 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내 아내가 실제로는 박씨부인처럼 최고의 절색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내 남편이 예수님처럼 해와 같은 얼굴과 
눈부신 모습을 가진 고귀한 영혼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들이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자기를 죽이면서까지 사랑받는 
거룩한 존재인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깨어나야 합니다.
베드로처럼 잠들어 있지 말고 깨어나 내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의 모습 속에 깃들어 있는 
영광의 실제 모습을 꿰뚫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