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via in Warmth
오, 이런 기쁜 일이!
2008년 5월 9일 아침 이야기
‘인간개발 연구원’ 주최로 강릉시청에서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연구원에서 11시까지 차를 보낸다고 하여, 머리 손질을 하고 가려고
9시 넘어 집을 나섰다. 미장원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건물에 있었는데,
바로 옆에 화장실부터 들렀다가 미장원으로 갔다.
그런데 머리를 하고 돈을 지불하려고 보니 지갑이 없었다. 그 순간
생각이 났다. 아차, 화장실에다 두고 왔구나!
얼른 뛰어가 보았지만 없었다. 그것은 돈만 넣는 지갑이 아니라,
가까운 데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운전 면허증, 신용 카드 등이 모두
들어 있는 작은 핸드백이었다. 대부분 화장실이 그렇듯 그곳도 문짝
안 위쪽에 핸드백 걸이가 있었으므로 거기다 얌전히 걸어 놓고 그냥
나왔던 것이다. 아아, 이를 어쩌면 좋은가.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 빨리 강릉 갈 준비도 해야 하는데, 어쩌지? 행여나 하고
이 칸 저 칸 다 들여다보았지만 없었다. 나는 다시 미장원으로 들어가서,
‘아침부터 미안하다. 돈은 내일 가지고 오마’라고 말하니 그들도 어서
가서 신용 카드부터 신고하라고 함께 걱정해 주었다. 나는 미용사에게
혹시 현금만 꺼내고 지갑은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으니 건물 청소하는
분에게 말이라도 해 놓으라고 부탁하고 그곳을 나왔다.
아, 이를 어쩌나. 곧 차가 올 텐데 언제 신고를 하나. 걸핏하면
앵무새가 나와서 이걸 눌러라, 저걸 눌러라, 전화 한번 하기가 얼마나
힘들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일진이 나쁜 건가? 오늘
강릉 가는 길은 무사할까? 강의는 잘 할 수 있을까? 공연히 불안해지면서
이것저것 불길한 상상이 더욱 나를 괴롭혔다. 그러자 갑자기‘주님 백성이
이래서야 되나,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의탁하고 보호를 빌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기도드렸다.
“하느님, 제게서 불길한 생각일랑 거두어 주세요. 차분히 신고하고
제 시간에 잘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준비한 강의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진정시켜 주세요.”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파트 문고리를 잡아 돌리려는 순간 거기 걸린 우유 주머니가
다른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우유는 아까 꺼냈는데, 왜 이렇게 무겁지?
나는 이상해서 주머니 속을 들여다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이게 뭐지?
내 손지갑이 그 속에 얌전히 들어있는 게 아닌가. 나는 나의 눈을
의심하며 혹시 환상이 아닐까 싶어 보고 또 보다가 꺼내 들었다. 틀림없는
내 지갑이었다. 지퍼를 열어 보니 모든 것이 그대로 있었다. 운전면허증이
맨 앞으로 나와 있었고, 작은 쪽지에 “화장실에서 주워 갖다 두고 갑니다.”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면허증에 적힌 우리 집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 아아, 이것을 보고 우리 집까지 와서 넣어주고
간 것이구나. 세상에....이 사람은 누굴까? 내가 와 있었더라면 직접
만날 수 있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주님, 감사합니다.
나는 얼른 들어와 미장원에 전화를 걸었다. 우유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찾았다고. 너무 기뻐서 맨 먼저 소식을 전한다고. 우리가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산다고. 그래도 기쁨을 다 전하지 못한 것 같아 다시 뛰어갔다.
그들은 바쁜데 내일 가지고 오시지 왜 또 왔느냐고 한다. 아니, 카드
신고할 시간도 벌었는데, 어찌 안 올수 있나요? 나는 돈을 지불하고는
이 기쁜 소식을 오늘 손님들에게 많이많이 전해주고, 그 당사자에게
오늘 하루 기쁜 일 많이많이 있기를 빌어 달라며 미장원을 나왔다.
그리고 나를 데리러 온 기사에게도 차를 타자마자 그 소식을 전했고,
강의 중에도 그 소식을 전했다. 항상 험한 기사만 신문에 나서 그렇지,
사실은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말하면서. 아,
누구였을까.
나는 요즈음 사람만 만나면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 사람에게 축복 듬뿍 주소서.
- A. Sylvia
하늘에서 본 무지개
Over the Rainbow
|
오, 이런 기쁜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