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밀려와
함부로 부딪치며 치밀어 오르다가는
이내 어깨를 추스리며 단정해지는 바다에
야광찌를 던졌다.

단호한 적요.
집요한 응시.
그 사이로
도무지 흔들리는 건 세상뿐이다.

홍거시, 청거시 다 두고
입갑으론 덧 없이 흘거가버린
세월의 부스러기들이나 끼어 던지는 듯
훅, 낚아 챈 낚시엔
늘 허방처럼 주저앉아 있던 
칙칙한 그리움만 걸려 나왔다.

우두둑, 굽은 허리를 펴며
이제 그만 허사를 마칠까? 일어서면
우우, 밀려오는 
저 거대한 고래떼들.

한 입에 삼키려는 듯
어둠처럼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밀려오는
오호라, 내게 늘 만만치 않게 맞서던
단호한 세월이구나.
늘 아픔 뿐이던 역사이구나,

살짝, 어둠으로 돌아서서
늘 부끄러운 말이나 내 뱉던 내 어둔한 입을 
비린내 나는 손으로 
쓰윽 문질러 닦는다.

글: 김영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