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나를 울려놓고 너는
내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깊은 울음바다 속을 헤매다니는
날더러 바람소리라고 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소리라고 한다
가을나무가 한꺼번에
제 몸을 흔드는 소리라고 한다
수수 백년 내 울음소리 위에 턱 괴고 누워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우느나고 한다
설핏한 해 그림자
마침내 떠나갈 어느 기슭에
꾀꼬리 소리 같은 초막 하나 지어놓고선
어서어서 군불이나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김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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