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도

 글 : 인생의 지도/ 이도환 

부친상을 당한 아들이 있었다. 
그는 서재에서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서랍 속에서 표지가 낡고 색이 바랜 공책 한 권을 발견하였다. 

평소 아버지는 자정이 되도록 서재에서 
책을 읽곤 했는데 때로는 새벽녘까지 
서재에 계실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들은 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계실까 
늘 궁금해하곤 하였다. 

아들은 공책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아버지의 채취가 흠씬 풍겨나는 듯하여 
다시금 그리운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슬픔에 잠겼다. 

그 공책에는 아버지의 필체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가족들과 친지들의 이름, 
친구들과 이웃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전혀 생소한 사람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아들은 그 공책을 들고 어머니께 여쭤보았다. 
어머니는 지난 추억을 되새기는 듯 
그 공책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아마도 어머니 또한 그 공책에서 
아버지의 채취를 느끼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한참 후 아들은 조심스럽게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 아버지가 남기신 이 공책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어머니는 그 공책을 한 장씩 넘기며 
추억을 이야기하듯 말했다. 

“이 공책은 아버지의 기도 공책이란다. 
네 아버지는 매일 밤마다 이 공책 속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짚어가며 
그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단다.”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은 
아들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잠시 후 아들은 공책에 적힌 
낯선 이름들에 대해 어머니께 물었다. 

“그런데 여기 적힌 이 사람들은 누군가요? 
저는 모르는 이름들인데요.”

어머니는 낮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네 아버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의 이름이란다. 
네 아버지는 매일 밤마다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지.”

아들은 다시금 눈앞이 뿌옇게 
흐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아 참을 수 없고 
화가 나면 모래를 한 줌 갖다가 헤아리고, 
그래도 화가 나면 마음이란 정원에 나무를 심으십시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용서입니다.

  ♬  Grandfather's Clock - Hirai 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