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을 조금만 열어 놓으십시오. 
그러면 자연스레 환풍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자동차를 타고 시외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한참 차를 타고 가다보니 차내의 공기가 탁해졌습니다. 
아빠는 차내의 공기를 신선하게 바꾸기 위해 운전석 옆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차 안으로 많이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바람은 들어와서 좋았지만 
그 바람 때문에 아빠는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세어서 아빠를 괴롭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빠는 운전석 오른쪽 창문마저 열어 보았습니다. 
바람은 두 배로 들어왔지만 안전운전을 하기엔 더 불편해졌습니다. 
아빠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차는 달려야 하고 차내의 공기도 바꾸어야 하는데........ 
속도를 크게 줄일 수도 없고 창문을 닫을 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가족을 태운 차는 계속 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의 안전이 위험하게 보입니다. 
그러던 중 뒷좌석의 어린아이가 자기 창문을 살짝 열어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앞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무척 순해졌습니다. 
가족들은 즐겁고 무사하게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귀가 했습니다. 

우리는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들이나이다. 
우리는 가정이라는 차를 몰고 남보다 더 나은 삶으로 옮겨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정신없이 달리고 있나이다. 
그러다가 예상치 않았던 사건과 문제를 만나면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나이다. 
여러가지 인간적인 힘과 노력을 다 기울여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나이다. 

웬지 아시나이까 ? 
사람의 행복된 삶은 인간의 의지나 노력, 재물이나 권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이치에 순응할 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나이다. 
뒷문을 조금만 열어 놓으면 환풍이 되듯이 우리의 인간관계의 뒷문을 
살짝 열어 놓으시면 참 좋겠나이다. 
가지고 있는 잔돈은 가난한 이들에게 주시고 큰 돈만 챙기소서. 
누리고 있는 인기와 명예는 조금만 고개를 떨구시고 마음껏 누리소서. 
직책에 따르는 권위도 애정을 듬뿍 담으시고 지시하고 명하소서. 
이웃에게 열 번 용서 받으시면 열 번 중에 한번만 이웃을 용서하소서. 
남에게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의 십분의 일만 
이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소서. 
그렇게 그렇게 사시다 보면 님의 가정과 가족들의 영혼에 
미소와 평화가 떠나지 않으리이다. 

뒷문을 닫아둔 채 앞문만 열어놓고 겁 없이 달리는 
어리석은 인생의 횡포를 자제하시고 
이웃과의 관계의 이치 속에서 천천히 천천히 한번 뿐인 
인생을 귀하게 가꾸소서. 
인간의 불행도 관계속에서 만들어지듯이 
인간의 행복도 관계를 통하여 풀어가야 하나이다. 

님이시여, 
참으로 사랑하나이다. 용기를 잃지 마시고 힘을 내소서. 
모자라는 저희들이 기도로서 도우리라.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