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꼬리에
낙엽이 수북히 쌓이는 것은

이른 봄  딱딱한 껍질을 뚫고
신초록의 순들이 무던히도 삐져나왔기 때문이며

한 여름  검초록 숲이 되어
뙤약볕과  천둥번개  소낙비를
묵묵히 견뎌냈기 때문이다.

그 진한 기억들이 땅위로 내려와
푹신하게 쌓인 길을 걷고 싶어지는 것은

신초록과  뙤약볕과  소낙비의 감성을
안아보고 싶어서이고

생의 유한함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기억들은 
유한한 존재들이 잠시 그 위를  걷든
빗자루에 쓸리든

한적한 곳에서 고요히 생을 돌아보든
모두가 눈밭에 덮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