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이 없노라'

글 :이기양 주임신부·서울 잠실7동성당 

옛날 어느 수도원 원장이 두 수사(修士)에게 밀을 베어오라고 시켰습니다.
한 사람은 쉬지 않고 낫으로 밀을 베었는데, 
다른 수사는 시간마다 쉬면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저물었을 때 보니 쉬지 않고 일한 수사보다
쉬어가며 일한 수사가 훨씬 더 많은 밀을 베었습니다.
쉬지 않고 일한 수사가 비결을 물었더니 
"저는 쉴 때마다 제 낫을 갈았지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쉰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쉼’을 잘해야 합니다. 
파견 받은 제자들이 돌아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보고하자 예수님께서는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고 말씀하십니다. 

성서를 보면,많은 병자를 고치신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예수님은 몰려드는 병자들을 고쳐주고 율법학자들과 토론을 벌이느라
안식일에도 쉴 수가 없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평상심을 잃지 않고 
당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잠깐이라도 
하느님 안에서의 ‘쉼’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신자들이 제게 “신부님은 휴가도 안가십니까?”고 묻습니다.
성직자들,
수도자들에게는 1년에 8일은 반드시 피정을 하며
하느님 안에서 쉬도록 돼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쉴 때만이 참 휴식임을 저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쉬는 참 휴식,
피정은 성직자나 수도자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 피정은 물론이고,
가정 피정도 노력하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속에만 휩쓸려 살아가면 
하느님의 사람으로서의 모습은 퇴색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서 제대로 쉰다면 
다시 신자로서의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세상에서 필요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선일보 명설교 명법문에서 가져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