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지요.

하느님은 참 훌륭한 조각가이시죠.
하느님은 참 훌륭한 예술가이시죠.

하느님의 기막힌 작품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최고가 되지요.

모양도
색(色)도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아름답지요.

그런데
작품 중에 최고 걸작품은 '사람'이라는데
왜 사람들은 최고 걸작품을 건드리며 사는 걸까요?
모양도
색(色)도 왜 바꾸는 걸까요?
그게 더 아름다운 걸까요?

머리색도 색색으로 바꿔보고 
눈썹 지나가는 길도 이리저리 바꿔보고
코도 높여보고
이것저것 건드려대고….

요즘 사람들은 하느님을 구식(舊式) 조각가로 생각하나 보죠?
하느님은 요즘 유행을 모르시는 분이라 생각하나 보죠?

길에 세워진 조각품을
요기조기 고쳐놓으면 조각가 기분이 어떨까요?
벽에 걸린 화가의 그림을
이곳저곳 고쳐 그려놓으면 화가의 기분이 어떨까요?

예쁘라고 고친 눈썹보다
예쁘라고 걸은 속눈썹보다
예쁘라고 세운 코보다
예쁘게 보이려고 만든 쌍커풀보다
예쁘게 보이려고 염색한 머리보다
예쁘게 보이려고 이곳저곳 건드려보는 것보다
마음 연못 안에 예쁜 생각 가득가득 담으면
그게
예쁜 눈썹이 되고
예쁜 코가 되고
예쁜 입이 되고
온몸이 다 예뻐지는 게 아닐까요?

겉을 건드리기보다
속을 추스르는 게 낫지 않을까요?

- 홍문택 신부님 "님의 마음도 늘 그렇겠지요"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