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는 누구인가
원피스 치마 두른
여장한 남자
그대는 누구인가
로만 칼라 목줄에 매여
도망도 못 치는 개 아닌 사람
그대는 누구인가
절속같이 적막한 현관엔
언제나 남자 신발만 쾌쾌한 냄새
소프라노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도 울려 보지 못한
금녀의 집에 사는 남자
그대는 누구인가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가는”
주거의 자유마저 저당 잡힌 떠돌이
그대는 누구인가
일요일에 일하고 월요일에 쉬는
어둑한 저녁녘에 돌아오면
불 꺼진 방
홈home이 아닌
하우스house에 사는 홀아비
그대는 누구인가
늙어서도 등 긁어 줄 이 없어
책상 모서리에 등 대고
바둥대는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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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누구인가
세상에 아득히 떠 있는 섬 속에 살다
한밤중에 큰병 나면
홀로 몸부림치다 죽을 사람
그대는 누구인가
귀신아비 신부라 부르니까
사람 위에 귀신인 듯 군림하고
애늙은이 행세하는
꼬라지 사나운 망나니
독신자에 점 하나
더 있는 독선자
그대는 누구인가
실수로 간택되었는지 모르지만
주님 대신 죄 사하는 권한과
미사 때 밀떡을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시키는 분
비안네 성인이 “성모님과 천사와 사제가
나란히 오시면 나는 먼저 인사하겠다.”는
사제
그대는 누구인가
서품식 때 온몸을 땅에 내던져
“흙이 되라, 먼지가 되라”는
낮음의 미학을 살고자
부단히 정진하며
죽으면 살리라는 어리석음을 택한
위대한 바보
그대는 누구인가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그대는 사제이니라
-김홍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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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