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는 바람이 불어도 꽃잎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 
꽃잎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단순하게 바람을 탓하나이다. 
하지만 이른 봄에는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꽃잎은 떨어지지 않더이다. 
고로 꽃잎이 날리는 것은 바람이 불어서가 아니라 
자체로 질때가 되었기에 그러하나이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면서 
많은 문제와 사건의 바람을 맞게 되나이다. 
그럴 때 마다 그것은 그러하기 때문에 내가 힘들고 이것은 이러하기 때문에 
내가 아픈게 아니냐고? 합리적인 논리를 끼워 맞추나이다. 

하오나 님이시여, 
이러한 합리적인 논리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아픔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나이다. 
아플때가 되어서 아픈 것이고 힘들 때가 되어서 힘든 것뿐이나이다. 
꽃잎이 다 떨어진 그 자리에 열매가 맺기 시작하듯이 님께서 지니고 계신 
화려한 옷을 다 벗고 나서야 님이 원하시는 
사랑의 진정한 열매를 맺어가게 되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자존심의 꽃잎을 떨어 뜰이소서, 자랑과 교만의 꽃잎을 떨어 뜰이소서 
권력과 재물의 꽃잎을 떨어 뜰이소서, 증오와 미움의 꽃잎을 떨어뜨리소서 
부디 아플 때 아파하시고 힘들 때 힘들어 하소서, 
꽃잎이 다 떨어지는 벌거 벗기움의 수치와 수모를 기꺼이 겪으신 후 
멀지 않은 날에 님의 영혼의 바구니에 탐스런 과일들을 가득 담으소서 

님이시여, 
얼마나 아프시나이까? 얼마나 고통스러우시나이까? 
분명 꽃과 열매를 동시에 가지에 지닐 수 없다면 
꽃을 버리고 열매를 택하소서 
꽃은 화려함 뿐이지만 열매는 씨앗을 남기나이다. 
부디 모든 아픔과 고통을 품에 안으시어 
영원을 이어가는 님의 인생 가꾸소서. 

- 최영배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