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떡과 풀꽃-정채봉

아이들은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버려진 옹기조각으로 상을,
그리고 조개껍질로 그릇을 삼았다.
흙으로 떡을 빚고 풀로 김치를 담갔다.

아이들은 문득
정자나무 아래에서
땀들이고 있는 길손들을 보았다.
먼 길을 걸어왔는지
몹시 지치고 허기들어 보였다.

아이들은 상을 차렸다.
흙떡 중에서 가장 나은 떡을,
그리고 풀 중에서 꽃을 가려
상 위에 올렸다.
아이들은 상을 들고
길손들 한테로 다가갔다.

길손들 중에서 턱수염이
짙은 어른이 물었다.
"그게 무엇이냐?"
"떡이에요.
저기 빼빼 마른 아저씨께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턱수염이 짙은 어른이 말했다.
"돌아가거라.
우리 선생님은 너희들하고
소꿉장난할 분이 아니다."

그때 빼빼 마른 어른이 말했다.
"그 아이들이
나한테로 오는 것을 막지 말라."

빼빼 마른 어른은
아이들이 가져온 소꿉상을
어느 잔치상보다도 소중히 받았다.
한 손에는 흙떡을,
한 손에는 풀꽃을 들고
조용히 말했다.

"악마와 천사는 이렇게 다르다.
악마는 허기진 나한테
돌로 떡이 되게 해보라고 하였으나
저들은 이렇게
저들에게 있는 정성 그대로
나를 대접한다.
그러니 하늘나라가
곧 저 아이들의 것이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