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육지로 올라와 

마음이 가난해지자고 하면서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다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 욕심이 일어납니다.

'어떻게 좀 도울 수 없을까, 
빨리 돈을 많이 벌어 도와드려야 하는데' 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태풍 '매미'가 한창일 때, 아버지가 고향 남해에서 
가게를 하시는 친지 어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안부를 묻기도 전에 그 어른은 
“지금 가게로 물이 들어와 난리입니다. 
전화 끊습니다!” 하고 전화를 뚝 끊었습니다.

태풍이 오기 전 지난 여름에 그 가게에 들렀습니다. 
친척 아지매가 매운탕을 끓여 주어 맛있게 먹었지요. 
그때 보니 가게 안에는 라면, 과자, 모기향, 화장지 같은 
온갖 생필품이 참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두 떠내려갔다고 합니다. 
어떻게 바다가 육지로 올라와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정용철의 초록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