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되어다오
내 편이 되어다오  
어느 소설가가 ‘돌아온 탕자의 비유’를 약간 각색해서 소설을 썼습니다.
그 소설에는 아버지와 형뿐 아니라 돌아온 탕자의 동생도 등장합니다.
이 동생은 돌아온 형이 겪었던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늘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이를 알아차린 형은 동생에게 다가가 본인도 그런 마음을 가졌고,
그래서 떠났지만 고생스러움과 아픔만 맛보았을 따름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든 동생을 떠나보내지 않고 자신이 겪은 것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러나 형의 말을 들은 동생은
'형이 그때 끝까지 가 보지 않아서 결국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떠나려는 결심을 더 굳히게 됩니다.
20세기를 살아온 세대들은 그 안에서 식민지 전쟁, 세계대전을 떠올립니다.
우리에게도 ‘6·25전쟁’이 가슴 아프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자·종교인·지식인들은 더이상 그러한 쓰라린 아픔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다음 세대들에게 전쟁의 어리석음을 전합니다.
'회상' '기억'은 20세기 말의 철학과 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세대들의 애타는 목소리에도 새로운 세대는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아픔을 향해 돌진하려는 기세입니다.
다시금 아버지 집을 떠나려는 수많은 동생들, 새로운 폭력을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와 하느님께 자신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달라고 청합니다.
잘 떠나고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도록 자기 편이 되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아버지와 우주의 하느님께서는 '내가 네 편이 되어 달라'고 하지 말고
'네가 내 편이 되어라'고 말씀하십니다.
떠나려는 마음을 추스르고 폭력을 사용하려던 마음을 거두는 유일한 힘은
아버지 편이 되고 하느님 편이 될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우리 마음 안에도 떠나려는 마음, 폭력을 떠올리는 마음이 자리한다면
다시금 우리의 근원이신 아버지와 하느님께 향하겠다는 다짐을 합시다.
[박동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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