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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기술-영혼이 배어나오는 얼굴

      영혼이 배어나오는 얼굴

      신체가 늙어가는 가정은 피부로 체감이 된다. 노화 과정은 꽤 일찍부터 나타난다.
      마흔 살 즈음의 여성들은 흰머리 한 가닥이나 얼굴의 잔주름을 발견하고 속상해한다.
      그리고 요즘은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노화의 징후들을 미용성형을 통해 감추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몸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것일 때가 많다.
      몸 밖으로 내면이 비쳐나올 때 그 몸은 아름답다.
      또한 청소년기의 아름다움과 중년의 아름다움, 노년의 아름다움은 다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더 아름다워자는 얼굴도 있다. 사랑과 온화함, 영혼이 배어나오는 얼굴이 있다.
      그런 얼굴은 자꾸 보게 된다. 그런 얼굴은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다는 아니다. 노년이 되면 여러 신체부분이 고장 나고 닳는다.
      어떤 사람은 허리가 문제고, 다른 사람은 무릎이 아파 걷는 데 불편을 겪는다.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병원에서는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몸의 통증과 함께 살아야 한다. 통증은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고 통증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살 수는 없다.
      통증과 화해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화를 비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누구는 청력이 나빠지고, 누구는 시력인 나빠지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노인들도 많다.
      몇 시간씩 소풍을 다니거나 등반을 할 정도로 정정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건강하다고 해서 자신의 한계를 도외시하거나 스포츠에서 젊은 사람을
      이기려는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주어진 건강에 감사하며 즐기는 사람은 지금 누리는
      이 건강이 하늘의 선물이며 매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야만 몸의 한계가 올 때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노년에 들어 몸이 신호를 보내오는 것은 몸을 더 의식적으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다.
      내가 아는 어떤 남자는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켰는데 기계에 기름 치고 유지, 보수하듯 자기 몸을 다루었다.
      젊을 때는 몸이 그에게 보내는 낮은 박동소리도 듣지 못했고 자기 몸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다 노년이 되어 몸이 노화의 신호들을 보내올 때에야 그는 몸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고
      몸이 하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노년은 몸의 신호를 듣고 몸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간의, 아니 삶의 흔적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단 한 가지다.
      "나이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노년은 노년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다.
      나이 든 사람이 리프팅으로 얼굴 주름을 감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민망스럽다.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가면 속을 들여다보면 허무가 느껴진다.
      그러느니 차라리 나이 든 상태 그대로를 좋아하는 쪽이 더 진실한 사람으로 보인다.

      얼굴은 내가 나 자신과 조화로운 관계에 있을 때, 내가 내 안에 온전히 존재할 때 아름다워진다.
      나 자신을 긍정하고 삶에 감사하는 마음자세가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이때 내 얼굴에서 나는 빛은,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더 이상 자신을 대접해주지 않는
      세상과 스스로에 대한 불만과 절망으로 가득한 사람은 얼굴에서도 티가 난다.

      늙어가는 일은 일종의 정신적 도전이다. 내가 내면의 아름다움을발견할 때,
      예수의 말대로 마음의 부를 쌓을 때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도 빛을 발한다.
      얼굴에 주름이 있고 없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 얼굴에서 근심, 걱정, 불만, 한탄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과 여유로움과
      기쁨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물론 자기 몸을 가꾸고 관리하는 것도 노년의 일부분이다.
      가끔은 몸 관리를 소홀히 하는 노인도 있다. 궁상맞은 모습을 하고 다니며
      몸에서는 안 좋은 냄새가 나지만 본인 스스로는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누구나 피하게 된다. 그러나 몸 관리는 자기 몸을 사랑하는 일이어야지
      젊어 보이려고 몸을 괴롭히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노력은 헛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이의 흔적은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기 몸을 좋아해서 잘 가꾸는 사람의 몸에서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내비친다.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